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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일보다는 오늘의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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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구효정 대표
예비사회적기업 <담넘어> 대표

사람은 오늘보다 내일 더 늙고 늦고. 

죽기 전에 후회하는 건 

도전을 실패한 게 아니라  도전 자체에 실패하는 것일 거야.

<개꿈콘서트> 아티스트 랩 가사 中    

Written by 전민서  Photo by 이수연



“이 시간을 버텨내든, 주도해서 끌고 가든 시간은 흘러가잖아요. 그 종착지는 죽음일 거고요. 그 유한한 시간 동안에 내가 끌려가는가, 끌고 가는가의 차이를 만드는 게 꿈인 거 같아요. 저는 원래 명백하게 끌려 다녔던 사람이었어요. ‘나는 그냥 이렇게 끌려가며 살까? 그게 내가 더 마음이 편할까, 아니면 조금 더 고되더라도 끌고 갈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제가 찾은 답은 끌려가는 건 끌고 가는 것만큼 고되다는 거였어요. 그렇다면 내 시간으로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스스로에게 묻다

예비사회적기업 <담넘어>의 구효정 대표는 스스로를 ‘매일 매일을 기획하고 살아가는 기획자’라고 소개하곤 한다. <담넘어>는 오롯이 본인들의 고민에서부터 시작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그들은 청소년들의 지역이나 부에 따라서 오는 미래를 대비하는 기회의 격차를 사회적 문제로 꼽는다. 어떻게 하면 평등하게 학생들이 미래를 대비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개꿈콘서트’가 탄생했다. ‘숨겨진 가능성을 열다’라는 뜻을 가진 이 강연 속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있을까.

구효정 대표는 학창시절 줄곧 전교 1등을 했지만, 늦둥이에 외동이기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주변의 시선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일기를 쓸 때 하루하루를 내가 기획해서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매일을 그런 태도로 살고,  스스로를 점검하면서 살고 있어요. "


“고2 때 엄마한테 더 이상 못하겠다고 연락했어요. 그때 엄마가 ‘효정아, 엄마는 네가 큰 성공을 하는 걸 바라지 않아. 남들 사는 만큼만 살면 돼’라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 당시에는 저한테 그게 위안이 됐던 거 같아요. 내가 1등을 안 해도 괜찮나보다. 그래서 꿈을 스무 살 때 대학생 되기로 정했고, 그 이후로 생각하기를 멈췄어요. 하고 싶은 게 생겨도 대학생이 되면 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뒤에 오는 공허함이 너무 크더라고요.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해본 적이 없었고, 질문해본 적이 없던 저는 학과를 선택하는 게 힘들어서 자율전공학과에 갔어요. 1년 동안 해보고 싶은 공부를 해보고 전공을 선택하려고 했는데, 학교에서는 이미 20살 때부터 취업을 위한 강의를 해주더라고요. 전임 교수도 없고, 남들보다 1년이 늦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다른 친구들이 그 꿀팁을 적고 있는 와중에 저는 그냥 앉아 있었어요. 그때 직감했던 거 같아요. 여기서 내가 이걸 적어서 열심히 살면 이렇게 계속 살겠다. 근데 그게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마음 상태에서 <시민교육>이라는 교양 수업을 만나게 됐어요.”

교양 수업에서는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적 문제 하나를 골라서 한 학기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 구 대표는 그때 지금의 공동대표를 만나게 됐다.

“당시 저는 1년 내내 새내기병을 겪고 있었어요. 생애 첫 사춘기가 그때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사회적 문제로 꼽았던 게 저였어요. 나와 우리나라의 수많은 나들. 중고등학교 때 누가 나한테 한번이라도 ‘어느 대학 갈래? 어느 전형으로 갈 거야?’가 아니라 ‘너 어떤 사람이 될 거야?’라고 물어봐줬다면 한번쯤 고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어른들이 와서 얘기를 해도 제가 들었을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나한테 가장 영향을 많이 줬던 게 뭘까 생각해봤더니, 내 주변에 동등한 환경에 있는 친구들이었어요. 그들이 특별한 일을 하는 걸 봤을 때 두근거리고 ‘왜 나는 저렇게 못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또래가 또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강렬한 게 없겠다는 생각에 수업 전체를 개꿈콘서트 1회를 만드는 데 투자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획을 해보니 심장이 뛸 정도로 재밌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우리

‘개꿈콘서트’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갈까. 이름대로 어떻게 꿈을 가져야할지에 대해 얘기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개꿈콘서트에서는 꿈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친구들한테 이 직업이 유망하다더라, 이런 꿈을 가져라 같은 거창한 얘기를 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자신의 환경에 맞춰서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너희는 뭘 해볼래?’라고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개꿈콘서트는 지난 4년간 같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이 강연이 다른 진로 행사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을지 몰라도 끝난 뒤 학생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치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무언가 남겨주기 위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왜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아티스트가 맨 처음에 나와서 ‘왜 이렇게 해? 이렇게 계속 있어도 괜찮아? 안 괜찮으면 왜 가만히 있어?’라고 자극을 주는 거죠. 그 다음에는 또래 연사들이 나와서 도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각자 자신의 얘기를 들려줘요.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 제가 나오거든요. 뭐가 하고 싶은 지는 생겼는데, 어떻게 기획해야하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지 이야기 해주는 거죠.”  

그녀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도 하나하나 눈앞의 것들을 실행해나가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학교가 정한 룰과 수능에만 집중해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계속 연결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 이것이 바로 개꿈콘서트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제가 개꿈콘서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 두 가지 있는데요. ‘저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라는 반응과 ‘중1 때 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반응이에요. 내부에서 피드백을 할 때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던 강연에서는 이런 공통적인 반응이 나왔던 것 같아요. 직접 학생들을 만나보면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정말 질문을 하는 방향부터 달라요. 중학생들은 가능성이 더 열려 있어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동시에 다 할 수는 없을까요?’ 라고 하는 중학생들과 달리 고등학생들은 ‘진짜 이 과에 가야 대학을 잘 가요? 저는 꿈이 문관데 이과를 가야할까요?’ 라고 하거든요. 사고가 완전히 줄어들어 있다는 걸 느꼈을 때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6년 내내 그런 얘기를 못 들어봤기 때문에 스스로 앓고 나서야 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얘기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구 대표가 가장 크게 학생들의 변화를 실감하는 때는 청중으로 만났던 친구들이 연사로 서는 순간이다. 담넘어의 강연을 듣고 무언가를 느낀 학생들이 ‘나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을까’를 고민하고, 찾아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학교에, 사회에 끌려 다니던 학생들이 비로소 삶을 끌고 나가는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아닐까.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어느 덧 20대 중반이 된 구효정 대표는 대학교를 박차고 나와 이루어 낸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취업 준비를 하고, 누군가는 이미 취업을 한 친구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지금 세상에서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고 얘기하잖아요. 저는 그때마다 ‘다행이다, 나는 일찍 고민해봤는데, 안정적이지 않음을 이미 겪어봤으니까 더 불안정한 상황이 왔을 때 단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이제 적어도 플랜을 짜면서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 지향점을 모르겠는데 회사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불안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그게 어느 방향이 됐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길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어요. 일기를 쓸 때 하루하루를 내가 기획해서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매일을 그런 태도로 살고, 스스로를 점검하면서 살고 있어요. 생활패턴과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 년에 열한 달 일하고 한 달은 해외 도시에서 살고 오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회사를 가도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내가 만들어나가고 있는 회사가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2~3년 전부터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내년부터 한 달을 쉬게 됐어요. 가깝게는 꿈을 하나 이룬 셈이죠.”

내일만 보며 오늘을 희생하고 참았던 그녀는 이제 오늘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말한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오늘을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기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구효정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를 적어 내려가며 나는 오늘을 어떻게 보냈는지 떠올려본다.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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