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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독서모임, 나를 업데이트 하는 시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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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윤수영 대표
독서 모임 <트레바리> 대표

“가장 쉽게 남의 생각과 경험치를 훔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도둑질이 아닐까 생각해요.”

책이 가지는 의미를 묻자 독서모임 <트레바리>를 운영하고 있는 윤수영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한 권의 책에는 저자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몇 년을 걸려서 책 한 권을 만드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최근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라며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꺼내 보였다.     

Written by 전민서  Photo by 이수연


사라지지 않는 독서모임


다양한 책을 접하고 싶었던 한 대학생은 친구들을 모아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어 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독서모임이 적을까’ 생각하던 그의 답은 이렇다. 독서모임을 하는 건 재밌는데,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건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독서모임 운영을 재밌게 하는 법을 찾으려 했지만 곧 실패했다. 그리고는 싫은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버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을 내는 사람은 재밌는 것만 하고, 돈을 받는 사람은 재미 없는 운영만 하는 곳, 바로 트레바리다. 

“저는 독서와 독서모임이 되게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독서모임에서는 혼자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 서점에 가면 관심 있는 책을 고르겠지만, 다 같이 골랐다는 이유만으로 반강제적으로 읽어야 하잖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도전을 하다 보면 대부분은 실패를 하고, 그중에 어떤 게 성공해서 혁신이라고 불려요.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도 더 많이 실패하라고 장려하잖아요. 그렇듯 개인적 차원에서도 지적 실패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익숙하지 않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 ‘역시 이런 건 나랑 안 맞아’라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나를 일깨워주는 책을 만날 수가 있거든요.”

독서모임은 책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책을 읽지 않거나 그 안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그만큼 빨리 사라지기도 쉽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가 지속적인 독서모임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읽기 뒤에 반드시 쓰기를 하도록 정했다. 

“사실 읽기보다 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희 집 냉장고에 트러플, 캐비어, 한우가 있는데, 고든 램지 냉장고에는 평범한 재료만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누구 요리를 먹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래도 고든 램지의 요리를 먹고 싶다고 하겠죠. 책 읽는 건 마찬가지로 내 냉장고에 생각의 재료들을 채워 넣는 거예요.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생각의 재료가 들어갈 확률이 높지만, 결국 중요한 건 요리사의 스킬이잖아요. 아무리 좋은 책을 읽더라도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고요. 저희는 독후감을 안 쓰면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없어요. 1초라도 늦거나, 한 자라도 부족하면 불참으로 처리해요.”


"이제 앞으로는  내 일자리가 위협을 받거나, 윤리적으로 도태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그런데 지적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없거든요. 

트레바리는 나를 계속 지적으로 업데이트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트레바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윤수영 대표는 트레바리가 유료 독서모임인 만큼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뜻을 가지고 운영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사적으로 모이는 독서모임과 다르게 트레바리에서는 광고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모으다 보니 평소에는 절대 만나지 않을 것 같은 배경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같은 책을 읽더라도 잡지 에디터가 읽는 노인과 바다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읽는 노인과 바다,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읽는 노인과 바다는 다 다를 거잖아요. 살면서 보통 같은 업계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다른 시각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트레바리에는 각각 다른 주제의 모임이 200개가 넘는다. 그렇기에 하는 일은 다른지만 같은 가치관, 관심사,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 다만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면 자연스레 소통하는 게 어렵거나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몇 명이 대화할 때 가장 만족스러운 모임이 됐는지 통계를 보니 13~15명이더라고요. 독후감을 쓰는 분들의 비율과 만족도 등을 고려해 한 클럽은 보통 10~20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아무래도 같은 관심사를 나누다 보니 추가적으로 번개 모임을 가지는 클럽도 많아요. 미술 관련 클럽이라면 전시를 보러 갈 수도 있고, 영화 관련 클럽이라면 예술 영화를 같이 볼 수도 있겠죠.”

이렇게 사람들이 더 지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걸 목표로 일하다 보니 윤수영 대표와 직원들은 거의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 현재는 3천 명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지만,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저는 동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때 가장 뿌듯해요. 회사는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역할도 있지만, 직원에게 좋은 일터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잖아요. 저희는 직원을 크루라고 하는데, 제가 해야 할 일은 크루들이 즐겁게 그리고 잘 일할 수 있도록 좋은 문화를 만드는 거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건 크루들이 할 일이고요. 나아가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서비스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면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트레바리는 올해로 3주년을 맞이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트레바리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 

“지금까지는 감사하게도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트레바리를 통해 남의 생각만 하던 사람이 내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본인만의 가치관을 갖게 되거나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걸 보기도 해요. 또 외로웠는데 행복해진 사람도 만났고요. 그런 걸 보면 저도 너무 좋아요. 저희는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어요.” 

트레바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해 묻자 그는 헬스장이 있는 한 트레바리는 존재할 거라고 했다. 헬스장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운동하거나, 동네 한 바퀴를 뛰고 올 수 있는 사람은 알아서 관리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 옆에서 “한 번만 더!”를 외치지 않으면 움직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지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직업도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에 대해서 느리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쉽잖아요. 저만 하더라도 처음에 ‘다음’이라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다음카카오’에서 퇴사했거든요. 당시 PC에서 모바일로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던 시기였어요. 이제 앞으로는 내 일자리가 위협을 받거나, 윤리적으로 도태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그런데 지적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없거든요. 트레바리는 나를 계속 지적으로 업데이트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트레바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완벽하기보다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때 뿌듯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곤 한다. 그런 면에서 트레바리는 옆에서 같이 성장하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책에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글쎄요, 학생들에게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좀 더 많아져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남는 시간에 생산적으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시간도 남는데 책이나 읽어볼까, 재미없으면 말고’라는 식으로 가볍게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이유도 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 별로라고 생각하거든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대답을 못 하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남의 욕구일 확률이 높아요. 내가 왜 책을 읽고 싶은지 아는 사람은 알아서 책을 읽을 거고, 아니면 못 읽을 것 같아요.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의 <책 잘 읽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어요. 쉽고 재밌게 읽히는데 내용이 되게 좋거든요.” 


"트레바리를 통해 남의 생각만 하던 사람이 내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본인만의 가치관을 갖게 되거나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걸 보기도 해요. 

또 외로웠는데 행복해진 사람도 만났고요.  그런 걸 보면 저도 너무 좋아요."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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