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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미있는 공부, 하고 싶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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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정선애
<독서논술 디베이트> 저자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 속을 끓이거나, 

머릿속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질문하고 싶어도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 뿐 결국  못 하고 넘어가 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왜 ‘내 생각 말하기’를 이토록 어려워 할까? 정 선애 작가는 ‘몸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자라지만, 

잘 듣고 말하는 능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꾸 훈련해서 습관으로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비결인 것이다.  

Written by 전민서  Photo by 이수연



디베이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공부방을 운영하며 논디쌤으로 불리고 있는 장선애 작가는 독서논술 디베이트 선생님이자,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의 엄마다. 방송 작가, 서울시장 연설비서관, 홍보회사를 거치며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다른 건 몰라도 두 아이의 말과 글은 직접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에 본격적으로 디베이트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제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는 단순히 얼마나 교과서를 잘 외우느냐가 중요했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 형식만 바뀌었지 성적으로 아이들 줄 세우는 건 똑같더라고요.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많고요. 아이 시험지를 봤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와 거의 똑같은 문제가 있었어요.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가, 비유법은 무엇인가’ 같은 문제들이요. 반면 지금 아이들의 성향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때처럼 선생님 말씀에 복종해서 달달 외우지 않고, 연습장에 쓰면서 공부하지도 않아요. 영상을 보고 소리 내며 공부하는 등 방법이 달라졌죠. 그런데 똑같은 네모 교실에 앉혀서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니 아이들이 재미없어할 수밖에요.”

디베이트는 공론식 토의법이라 불리며 디베이트 포럼이라고도 한다. 시사적인 주제를 가지고 찬성, 반대 팀으로 나눠 진행하되 입론 4분, 교차 질의 3분 등 형식이 갖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 작가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참여로 진행되기 때문에 흥미를 끌어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일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주제가 ‘개고기를 먹어도 좋은가’라면 아이들이 먼저 자료를 찾아보고 간단하게 입론서를 써야 해요. 이 과정에서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죠. 그다음에 시간 안에 상대방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훈련을 하고, 듣고 반박하는 방법도 연습하게 돼요. 토론이 끝나면 논술로 마무리를 하는데, 처음부터 글쓰기를 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뭘 써야 할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디베이트를 하고 난 다음에는 쓸거리가 다 머릿속에 있는 거죠. 형식에 대해서만 조금 알려주면 훨씬 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녀는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성장하는 아이들 덕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산만하기 이를 데 없던 아이도 2년이 흐른 지금은 ‘안락사’와 같은 무거운 주제에도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고.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과연 이 교육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곤 한다.

“요즘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가 있잖아요.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디베이트를 접하게 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아이들이 아이비리그 같은 학교에 가면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대요. 교수님이 ‘너의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봤을 때 자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너무 어렵게 느끼는 거죠. 그런데 제가 수업을 해보니까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디베이트 교육 방식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거 같아요. 다만 기회가 없을 뿐이죠.”

디베이트 교육을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수이기 때문에 장 작가는 독서와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단계에서 자칫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책을 읽혀야 할까. 

“책을 읽고 자기만의 해석을 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방향을 한 번 잡아주는 게 필요해요.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는다면 아이들이 살아본 적 없는 시대적 배경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거죠. 책을 읽고 나서는 질문 독서를 해요. ‘백설공주가 흑설공주였다면 어땠을까? 난쟁이들이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왜 백설공주는 문을 열어 줬을까? 왕자에게 첫눈에 반해서 따라갈 수 있을까?’ 같이 질문을 해서 아이들이 한 번 뒤집어 생각해볼 수 있게 선생님이 유도를 하는 거죠.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자꾸 해주면 나중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 줄도 알게 돼요.”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각자 일을 해야 하잖아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자기 혼자만 성공하고, 혼자만의 행복을 느끼지 말고 주변 사람을 

두루두루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가정에서 하는 디베이트


초등학생인 장선애 작가의 작은 아이는 요새 부쩍 논리적으로 말하는 실력이 늘었다. ‘왜냐하면, 예를 들면, 따라서’ 같은 단어를 활용해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이유를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머릿속으로 이유를 자꾸 생각하게 되고, 자료를 찾아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제 어디를 가도 면접이 중요하잖아요. 짧은 시간 안에 자료를 찾아서 자기 생각을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 정말 중요한 능력이죠. 그런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 수업에서 공부하는 아이 중에 전교 회장을 하는 아이들이 유독 많아요. 스피치 연습을 같이 해주기도 하지만, 수업 때 자기 얘기를 했던 경험들이 실전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디베이트 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 장 작가가 추천하는 방법을 들어보니 어릴 때 숙제로 했었던 ‘가족회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할머니 팔순 잔치 때 어떤 선물을 할 것인가?’처럼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죠. 사실 토의에 가까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보내 드리면 좋겠다, 선물을 드리면 좋겠다’ 등 방법을 이야기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토론인 것 같아요. 원탁토론 회의를 해볼 수도 있는데요. 가족이 네 명이면 둘씩 짝을 지어서 각자 두 가지씩 의견을 내요. 그다음 한 팀당 두 개의 의견으로 좁히고, 상대 팀과 다시 의견을 하나로 좁히는 거죠.” 

부모가 아이들에게 질문함으로써 더 다양한 생각을 끌어내는 방법도 있다. 이때는 부모의 역할이 조금 더 중요해진다.  

“제가 아이들과 밥 먹을 때 잘하는 방법이 신문 기사를 보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 ‘노키즈 존’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요. 그럼 아이들이 ‘아이들도 먹을 권리가 있지 않냐, 잠정적 어른 고객을 놓치는 바보 같은 짓이다’ 등 이야기를 하거든요. 저는 자연스럽게 반대가 되는 거죠. ‘그래도 생각해 봐. 밥 먹는 데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데 제지도 안 하면 방해가 되잖아’ 결국 아예 못 들어오게 하는 것보다는 안내장을 써주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뉴스를 같이 보면서 얘기하면 아이들이 어려워할 것 같지만 설명을 해주면 생각보다 잘 이해해요. 신문이나 뉴스를 볼 때 스크랩 해두었다가 대화 주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장 작가는 집에서 아이들이 서로 다툴 때도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시험 기간인 큰아이가 동생에게 시험 때만 TV를 보지 말 것을 요청했고, 동생은 이어폰을 꽂으라며 반대했다. 결국 그날 승리는 ‘네가 고등학생이 되면 난 대학생이야’라는 미래의 상황을 제시한 언니에게 돌아갔다. 

“어쨌든 아이들끼리 합의를 이뤄낸 거죠. 저는 중간에서 판만 열어줄 뿐이에요. 이 과정에서 자기가 원하는 걸 스스로 얻어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속이 시원한 거죠. 부모가 아이와 대화할 때도 강요하고 윽박지르기보다는 서로 근거를 들어 의견을 제시하고 나누다 보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능력을 나누는 사람이 되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디베이트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과연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장선애 작가는 스피치, 경청, 팀워크, 자료조사 능력,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말하기, 듣기, 글쓰기 능력을 모두 발현시키는 디베이트 과정이 하나의 ‘종합 예술’ 같다고 표현했다. 아직은 그 시작 단계지만, 디베이트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교육의 방향도 점차 변화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큰아이는 현재 대치동으로 수학 학원을 다니고 있거든요. 선생님이 설명해주면 아이가 문제를 푸는 방식인데, 입시 때문에 안 시킬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왜 그런지 생각해보고, 창의적인 대안을 생각해보도록 도와주려고 해요. 결국, 이런 아이들이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아닐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미래를 이끌어나갈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각자 일을 해야 하잖아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자기 혼자만 성공하고, 혼자만의 행복을 느끼지 말고 주변 사람을 두루두루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한 사람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명이 한 걸음 가는 게 낫다.’ 이 말이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먼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성공한 후에야 남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힘이 생기겠죠.”

아이들이 나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녀도 이제는 조금 더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껏 실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연구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책을 통해 다른 가정에서도 디베이트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또 그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학부모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제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몇 년 뒤 제가 쉰 살이 되는 해부터는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기회는 또 올 테니까 마음은 항상 열어두고 있고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당장은 저희 아이들이 어려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거든요. 

여유가 생긴다면 지금 고민하는 것들을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싶어요.”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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