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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려견 표정의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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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표정의 시그널

견주 여러분! 반려견 잘 키우고 계시나요? 예쁜 옷도 사입히고, 맛있는 간식도 자주 사준다고요? 반려견을 잘 키우려면 그보다는 반려견과 교감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주인의 태도에 따라 반려견의 표정도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우리는 반려견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변했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게 언제부터일까.

변했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게 언제부터일까. 이전에는 나와 함께한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바빠졌다. 그리고 도통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하루 대부분을 혼자 지내다가 주인이 오면 네 발로 달려 나간다. 주인이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던질 때부터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때도 날 한 번만 봐달라는 눈빛으로 졸졸 따라다닌다. 그래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피곤한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해.”
나는 토라져서 소파 구석에 가 앉는다. 주인은 살짝 미안한지 나를 한번 힐끔 쳐다본다. 그것도 잠시, 다시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희희낙락거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풀이 죽은 채로 있는 걸 눈치 챘는지 주인이 내 곁으로 온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곧 내게 말을 건다.
“여기 네가 좋아하는 간식 있다. 먹어.”
드디어 주인이 나랑 놀아주려나보다. 축 늘어진 채 엎드려 땅바닥만 바라보던 나는 자존심도 버리고 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주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그러나 하나도 행복 하지 않다.
주인은 여전히 나를 등진 채, 딴짓을 하고 있었다. 간식을 주고 알아서 먹으라는 뜻이다.
“왜 안 먹어?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거잖아.”
여전히 시선과 집중은 다른 곳을 향한 채 말한다. 주인들의 큰 착각이다. 음식만 주면 좋은 줄 안다. 맛있는 간식을 열 번 주는 것보다 우리를 한 번 바라봐주는 게 비교할 수 없이 좋다. 애석하게도 주인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성질이 나서 으르렁 소리를 질러버린다. 주인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다. 결국 우리는 반려견 전문가를 찾아 간다. “고민이 있어요. 우리 강아지가 맛있는 걸 줘도 반응이 없어요.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은데, 이러다 사람이라도 무는게 아닌가 걱정돼요. 문제가 뭘까요?”

통계로 찾은 반려견의 표정

강아지의 표정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데이터베이스에서 1살부터 12살 사이의 반려견 24마리를 무작위로 뽑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안면근육 움직임과 그에 따른 얼굴 변화를 수치화해서 측정하는 방법으로 반려견 표정을 분석했습니다. 폴 에크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월리스 프라이슨 미국 켄터키대학교 연구원이 사람의 표정을 찾아내기 위해 만든 얼굴 동작 코딩 시스템 FACS’를 개에 적용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변량분석’이라는 통계 분석 방법이 쓰입니다. 다양한 변수를 지닌 표본의 평균을 비교하는 절차지요. 다변량분석은 두 개 이상의 종속변수가 있을 때,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대상을 분류하는 방법입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동물의 표정이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구팀은 반려견의 표정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라고 말합니다.

또 사람이 관심을 보일 때 반려견이 반응하는게 진화에 따른 행동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반려견의 역사는 약 3만 년 정도 됐는데, 그 기간 동안 반려견의 행동이 사람과 의사소통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지요.

종속변수 : 서로 관계를 주고받는 둘 이상의 변수 중에 다른 변수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독립변수, 다른 변수에 영향을 받는 변수를 종속변수라고 한다.

당신의 반려견이 원하는 건?

연구팀은 통계적 분석 방법을 이용해 반려견의 행동을 15개로 분류 했습니다. 꼬리 흔들기, 제자리에서 일어나기와 같은 행동과 눈썹 올리기, 혓바닥 내밀기, 그리고눈 깜빡이기와 같은 표정이 포함됐지요.
여기서 사람의 행동과 눈에 띄는 상관관계를 보인 행동은 눈썹을 올리는 표정이었어요. 이것은 강아지가 관심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오는 행동입니다. 연구팀은 강아지를 사람으로부터 1미터 떨어진 곳에 묶어 놓은 뒤 네 가지 경우에 따라 실험을 했어요. 실험자가 음식을 들고 반려견을 쳐다보고 있을 때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음식을 들지 않고 반려견을 쳐다볼 때와 쳐다보지 않을 때로요. 놀랍게도 음식에 상관없이 주인이 집중할 때 눈썹 올리는 표정을 현저히 많이 지었습니다.

사랑한다면 눈을 마주쳐야

반려견과 눈을 마주치고 집중하는 행동이 교감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밝혀진 건 처음은 아닙니다. 2013년 미호 나가사와
일본 아자부대학교 동물과학과 연구원은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반려견 표정 변화 실험을 통해 개가 눈썹을 들어 올리는 행위는
주인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후 2015년에는 타케푸미 키쿠수이 일본
아자부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도 옥시토신
호르몬을 이용한 실험으로 반려견과 사람의
의사소통에 눈 마주침이 중요하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지요.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되는 옥시토신은 호감 가는 상대를 보았을 때 뇌하수체를 거쳐 혈액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주인이 반려견과 눈을 마주치며 시간을 보낼 때 사람과 반려견 모두의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했지요. 사람의 옥시토신 수치가 높을수록 반려견의 수치도 더 높아졌습니다.

브라이언 해어 미국 듀크대학교 개인지센터 연구원은 반려견이 주인과 눈을 마주치는 행동이 사랑한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음식을 먹는 반려견도 사람이 눈을 감았거나 등을 돌렸을 때보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때 시선을 더 끌려고 한다고 말했지요. 그리고 사람이 처음으로 반려견과 시선을 맞추면, 반려견이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는 행동을 보였지요. 자, 이제 반려견을 한 번 더 바라봐 주세요.

  • 출처 l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http://www.dongascience.com/)
  • 글 l 조혜인 기자 (heynism@donga.com)
  • 사진 l GIB
  • 참고 자료 l ‘Human attention affects facial expressions in domestic 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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