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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제일 잘 나가 ‘과일의 제왕’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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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잘 나가 ‘과일의 제왕’ 딸기

국산품종‘설향’이 85% 차지

지금 우리가 먹는 딸기는 칠레 야생 딸기가 북아메리카 딸기와 만나 탄생한 품종이다. 유전적으로는 염색체가 8쌍인 8배체 식물로, 2010년 스페인 연구진이 유전체를 해독한 결과 유전자가 총 7096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doi:10.1186/1471-2164-11-503
딸기는 라즈베리, 블랙베리와 함께 장미과 식물에 속한다. 비슷한 베리류이지만 블루베리와 크랜베리는 진달래과에 속한다. 장미과와 진달래과는 외형에서 거의 비슷하지만, 장미과에 속한 식물의 꽃에는 진달래과 꽃에는 없는 턱잎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박성민 강원대 원예학과 교수는 “계통수를 나눌 때 통상적으로 꽃잎의 형태에 따라 나눈다”라고 말했다.
겨울 딸기가 인기를 끈 이유는 당분 함량이 높고 신맛이 적어서다. 기온이 떨어지면 딸기는 양분을 아끼기 위해 당분을 축적한다. 덕분에 단맛이 강해진다. 유기산은 적어져 신맛은 덜하다. 모창연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부 연구원은 “겨울 딸기의 당분 함량이 봄 딸기보다 최대 17% 많다”며 “신맛을 결정하는 유기산의 함량은 봄 딸기가 겨울 딸기보다 2배가량 많다”고 말했다.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일본 국가대표 컬링팀이 한국 딸기가 맛있다고 칭찬하자 일본 농림수산성이 “한국 딸기도 뿌리는 일본”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 딸기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처음 들여왔다. 하지만 로열티 지급 부담이 늘면서 2005년부터 국산 품종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5% 수준이던 국산딸기 점유율이 현재 93.5%까지 늘었다.
일본 국가대표 컬링팀이 먹은 딸기는 2월에 주로 재배되는 국산 품종 ‘설향’이다. 설향은 당도가 높고 병충해나 기온 변화에 강해 전체 딸기 재배지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돼 국립종자원에 출원된 딸기 품종은 50여 종에 이른다. 이 중에서 실제 국내 농가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설향이 가장 많고, 매향, 죽향, 싼타, 금실, 아리향 등이 있다.
딸기를 먹어보지 않고도 얼마나 달콤한지 알 수 있을까. 과일의 당도는 ‘브릭스(Brix)’로 나타낸다. 브릭스는 과즙에서 수분을 뺀 고형물 100g에 들어 있는 당의 무게를 뜻한다. 표본 과일을 골라 과즙을 낸 뒤 빛이 투과하는 굴절률에 따라 당도를 측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은 과일에 적외선을 쪼이기만 해도 당도를 바로 알 수 있는 ‘광센서 측정기’를 2010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광센서 측정은 과일에 빛을 쪼여 반사돼 나오는 빛의 파장을 재는 방식으로 당분을 확인한다. 과당은 700~25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사이의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과일에 빛을 쪼인 뒤 반사돼 나온 빛에 포함된 근적외선이 줄어든 만큼 과일 안에 당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딸기의 경우 다른 과일에 비해 육질이 약한 데다 손이 닿으면 쉽게 물러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광센서 측정을 적용하면 유리하다는 의미다. 광센서 측정기를 이용하면 초당 3개, 시간당 1만여 개의 딸기 당도를 측정할 수 있어 기존 수작업보다 약 4.5배 빠르게 딸기를 선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딸기에 광센서 측정기를 쓰긴 힘들다. 모 연구원은 “사과나 감 등과 달리 딸기는 빛으로만 당도를 측정할 경우 습도가 높으면 쉽게 물러 당도가 낮게 측정되는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지는 단점이 있어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과즙으로 직접 당도를 측정하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아리향’은인공수분으로탄생

국내에서는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직접 꽃가루를 채취해서 인공수분을 거치는 전통육종 방식을 사용한다. 가령 농촌진흥청이 2017년 개발한 ‘아리향’의 경우 일본 품종인 ‘도치오토메’를 모계로 사용하기 위해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상태에서 핀셋으로 수술을 제거하고 암술만 남겨놓은 뒤, 국산 품종인 설향에서 채취한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인공수분을 했다. 인공수분 기법을 쓰는 이유는 자연수분으로 교배를 진행할 경우, 원하는 유전 형질을 선택해서 수정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대영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원은 “딸기의 경우 벼와 마찬가지로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어 꽃가루가 터지기 전에 둘을 미리 선별할 수 있도록 꽃봉오리 상태에서 인공수분을 한다”며 “아리향이 탄생하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딸기는 씨를 뿌려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런너’라고 불리는 줄기 일부분을 떼어다 심어서 번식시킨다. 이렇게 식물체의 일부 조직이나 영양기관을 떼어다 심어서 새로운 식물을 키워내는 방식을 영양 번식이라 한다.
씨를 뿌려 키워내는 종자 번식과 달리 영양 번식은 이미 자라난 상태에서 번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로 발현한 유전 형질만 그대로 옮겨 심을 수 있다. 따라서 운 좋게 원하는 형질의 런너를 빨리 발견하면 육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4~9월 딸기를 키워 수확한 뒤 모양, 단단함, 당도, 생산량 등을 통해 품질을 평가하고 신품종으로 등록한다.

플로리다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16종 개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분자육종으로도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전자 마커를 이용해 찾아낸 유전자를 종자에 직접 주입한다. 이준대 전북대 원예학과 교수는 “고추, 토마토, 배추 등 식물은 유전체가 완전히 해독돼 유전자 지도를 이용해 품종을 개발한다”며 “반면 딸기는 아직 유전자 지도가 일부만 완성돼 품종 개량에 사용할 만큼 충분한 유전자 마커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이준대 교수는 국내 최초로 딸기의 단일염기다형성(SNP·염색체 내 품종마다 다른 부분) 분자표지 1154개를 찾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유전자 마커를 확인해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정밀한 유전자 지도가 필요하다.
이준대 교수는 “유전자 마커와 특정 형질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특정 질병에 저항성이 높은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며 “현재 딸기의 탄저병 등 질병 저항성 유전자를 식별하는 유전자 마커를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미국 플로리다대 원예학과 교수팀도 유전자 마커를 이용해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플로리다대는 딸기 육종 연구를 1948년 시작해 지금까지 16개 품종을 출시했다. 본격적으로 분자육종을 통한 품종 개발은 2010년 시작됐고, 현재 3개 품종이 분자육종과 전통육종의 결합으로 개발됐다.

전통 교배 / 분자 육종

이성희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약 9만 개의 SNP 유전자 마커 칩을 이용해 딸기 개체별로 유전자 마커의 특징이 나타나는지 확인한 뒤 이를 취합해 유전자 지도를 만들고 있다”며 “연간 5만 개 정도의 우선 형질 유전자를 선별해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 우선 형질 유전자를 5만 개가량 선별하려면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성희 교수팀은 씨에서 발아한 육묘를 한 달 정도 키운 뒤 잎에서 샘플을 채취한다. 여기서 복잡한 DNA추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샘플을 10분간 배양한 뒤 자체적으로 개발한 형질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형을 분류한다.
지금까지 복숭아 향 유전자(FaFAD1), 딸기 세균반점병 저항 유전자(FaRXf1), 딸기 시듦병 저항 유전자(FaRPc2), 딸기 뿌리썩음병 저항 유전자(Cg1, Cg2) 등 여러 유전자마커를 이용해 질병 저항력이 뛰어난 건강한 딸기를 개발했다. 현재는 딸기의 저장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를 발굴하고 있다.
이성희 교수는 “수 천 개의 유전자 마커에서 원하는 형질을 이용한 분자육종은 DNA 기술과 정보를 이용할 뿐 유전자변형작물(GMO)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는 유전자 가위 등 최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품종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출처 l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http://www.dongascience.com/)
  • 글 l 이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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