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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 미세먼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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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미세먼지 전망 어디까지 알아냈나?

Q. 체내에 들어오면 배출 안 되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쥐의 체내에 들어간 미세먼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고, 바깥으로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실험으로 밝혀냈다.
그간 여러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입자가 작을수록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졌다. 눈과 코, 입에서는 크기가 900~30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미세먼지가 주로 발견되지만, 기도에서는 550~900nm, 기관지에서는 330~550nm, 폐에서는 330nm 이하 입자가 발견될 수 있다. 입자 크기가 100~300nm인 초미세먼지는 폐포(허파꽈리) 깊숙한 곳까지도 침투한다.

하지만 아직 체내에서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는 불분명하다. 체내에 침투한 미세먼지가 체외로 배출되는지, 배출된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전종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RI-바이오믹스센터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자동차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입자(80~700nm)에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125를 붙였다. 그리고 이 미세먼지 입자를 실험용 쥐의 코(기도)와 입(식도)에 넣은 뒤, 핵의학 영상장비인 ‘RI-바이오믹스 시설’로 장기마다 얼마나 축적되는지 관찰했다. 이를 이용해 코와 입을 통해 체내에 들어간 미세먼지 입자가 몸속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쌓이거나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입으로 들어간 미세먼지 입자는 식도를 통해 소화기관과 배설기관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이틀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는 다른 장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 코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비교적 오랫동안 체내에 남아 있었다. 다른 장기로 이동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미세먼지가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가기까지는 30분이 걸렸고, 이틀 뒤에는 처음 양의 60%가 여전히 폐에 머물렀다. 약 30분~4시간 뒤에는 미세먼지의 약 1%가 간에서 발견됐고, 4시간이 지났을 때 신장에서도 미세먼지의 0.25%가 발견됐다. 미세먼지가 호흡기관을 거쳐 간과 소장, 대장, 신장, 방광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7일 이상이었다.

전 선임연구원은 “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어디에 분포하고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고 배출되는지 처음으로 확인했다”면서 “호흡기를 통해 들어간 미세먼지가 온몸으로 퍼질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만큼 일단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입자의 크기나 성분 조성에 따라 체내 침투 경로는 달라질 수 있다. 전 선임연구원은 “이번에는 폐에서 모인 미세먼지가 혈류를 통해 온몸에 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재 장기별로 미세먼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는지, 특히 뇌와 생식기관으로 미세먼지가 퍼지는 경로와 부위별 체내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의 체내 이동경로

Q. 어떤 미세먼지가 가장 해롭나?

대기오염이 훨씬 심각한 날은 언제일까. 초미세먼지(PM2.5)가 많은 날보다 미세먼지 (PM10)가 많은 날이 훨씬 뿌옇게 보인다. 맨눈으로는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2018년 11월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초미세먼지가 어디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를 밝혀 ‘미세먼지 발생원별 독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박 교수는 사진 두 장을 보여줬다. 2014년 2월 말과 3월 초, 동일한 장소를 찍은 사진이다. 한 장은 전체적으로 뿌옇지만 건물이 또렷하게 보이고, 다른 한 장은 건물 윤곽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흐릿했다. 이들 사진이 찍힌 날 PM2.5(지름 2.5μm 이하인 미세먼지, 보통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의 농도는 각각 109μg/m3(매우 나쁨), 44μg/m3(나쁨)이었다. 박 교수는 “맨눈으로는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단계인 날이 오히려 맑게 보인다”며 “눈으로 대기질을 확인하는 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입자가 작을수록 몸속 깊숙이 침투하는 만큼 입자가 비교적 큰 PM10보다 PM2.5가 인체에는 더 유해하다. 전문가들은 입자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때 위험요소의 양과 독성을 곱해서 산출한다. 위험요소의 양이 많을수록, 독성이 강할수록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구성 성분이 수천 가지로 너무 많은데다 성분별 독성도 제각각이어서 인체 영향을 계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서울시 월별 미세먼지 농도 최고치(2017년 7월~ 2018년 6월)
박 교수팀은 일단 디젤 자동차와 가솔린 자동차의 배기가스, 도로변 먼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웠을 때 발생하는 매연, 농사가 끝난 논밭에서 농작물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 모래먼지 등 다양한 미세먼지 발생원에서 PM2.5 초미세먼지를 포집했다. 그리고 폐 세포에 이를 주입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세포가 죽는 수(세포독성), DNA가 손상되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정도(유전독성), 세포내 활성산소가 증가하는 정도(산화스트레스), 세포내 염증유발인자가 증가하는 정도(염증반응) 등 발생원별로 성분마다 독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디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에서는 모든 독성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이 가솔린 자동차의 배기가스로 나타났다. 세포독성 수치와 DNA 손상 정도는 높았지만, 돌연변이 발생 정도가 비교적 낮았다. 농작물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 화력발전소의 매연, 도로변 먼지가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발생원별 초미세먼지 독성 데이터베이스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등에서 포집한 모래먼지는 모든 독성이 거의 0%에 가깝게 나타났다. 박 교수는 “모래먼지에는 유기성분이 거의 없고 대부분 무기성분”이라며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처럼 유기성분이 많을수록 독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방향족 탄화수소 등 유기성분은 대개 불완전연소에서 많이 발생한다.

박 교수는 “대기 중 미세먼지에서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나 알케인, 다이카복실산 등 각 성분이 몇 %씩 들어있는지 측정한 뒤 독성 수치를 산출하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수 있다”며 “세포마다 독성이 다를 수 있어 심혈관세포 등을 이용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 교수팀은 동북아시아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중국 베이징대 환경공학과 민후 교수팀과 중국 산둥에 있는 대기과학부 연구팀과 함께 국제 공동 관측 및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는 2018년 12월 27일부터 한 달 간 광주와 베이징, 산둥 세 지역에서 날마다 미세먼지에 든 성분과 화학적인 특성을 관측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중국발 미세먼지의 독성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 모른다”며 “이 연구를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Q. 미세먼지 농도, 어떤 출처 믿어야 하나?

현재 서울의 경우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운영하는 도시대기측정소 25곳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데이터를 에어코리아 홈페이지(www.airkorea.or.kr)에서 공개하고 있다. 하루 종일 여과지에 포집한 미세먼지 질량을 직접 재거나, 베타선이 먼지에 흡수되는 양으로 질량을 계산하는 등 정확도를 최우선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다(과학동아 2018년 4월호 시사기획 ‘미세먼지 속으로’ 참고).

최근 미세먼지 예보에 민간업체들이 뛰어 들었다. 케이웨더는 2018년 12월부터 실시간으로 동네별 미세먼지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홈페이지(www.kweather.co.kr)에서 제공한다. 케이웨더는 기존의 국가망보다 측정기를 훨씬 많이(2000개 이상) 설치해 지역별로 정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에는 미세먼지 지도앱 ‘에브리에어’도 나왔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위닉스가 개발한 미세먼지 측정기 ‘에어비’를 한국야쿠르트에서 운영하는 전동 카트 500여 대에 달아 측정한 미세먼지 데이터를 토대로 SK텔레콤이 플랫폼을 개발했다.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연구관은 “민간업체에서 사용하는 측정기는 국가에서 공인한 장비(공정시험법)가 아닌 만큼 미세먼지 농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미세먼지 지도앱 '에브리에어'가 등장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위닉스가 개발한 미세먼지 측정기를 한국야쿠르트 전동 카트 500여대에 달아 동네별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SK텔레콤이 앱을 통해 제공한다.
시판되는 미세먼지 농도 간이측정기는 대부분 먼지 입자에 빛이 부딪쳐 산란되는 양을 보고 간접적으로 재는 원리다. 안 연구관은 “광산란법으로 정확하게 미세먼지를 측정하려면 입자 크기별로 밀도를 고려해야 하고, 빛을 산란시킬 수 있는 수분도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8년 3월 시판 중인 미세먼지 농도 간이측정기 중 16개 제품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기기마다 정확도가 48~86%로 천차만별이었다. 이 중 7개 제품은 정확도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수준인 70%에도 미치지 않았다.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정확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안 연구관은 “미세먼지 측정기의 수를 늘려 좁은 지역별로 미세먼지를 측정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도 국가 공인 측정소를 600여 곳 설치했는데, 한국은 400여 곳에 설치한 만큼 결코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업체가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를 절대적인 값으로 신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l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http://www.dongascience.com/)
  • 사진 | Chemical Communications, Scientific Reports, SKT Insight, 에어코리아
  • 글 l 광주 = 이정아 기자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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