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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대 '저녁형 인간'이 30대 '아침형 인간'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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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저녁형 인간'이 30대 '아침형 인간' 될 수 있을까

정신 건강은 ‘아침형 인간’이 유리

생체시계가 뇌 신경세포의 유전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그간 행동유전학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1971년 시모어 벤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초파리의 뇌 신경세포에서 이후 ‘생체시계 유전자’로 불리게 될 ‘피리어드(PER?period)’를 처음 찾아냈다. 이후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피리어드 유전자와 닮은 생체시계 유전자의 존재가 여럿 확인됐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생체시계 유전자가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각종 정신질환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스터대 의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아침에 생활하고 밤에 잠을 자는 생활 습관을 갖는 아침형 인간이 정신 건강 상태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월 29일자에 발표했다. doi:10.1038/s41467-018-08259-7

연구팀은 미국 바이오벤처인 ‘23andMe’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69만7828명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고 그들의 건강 상태와 생활 패턴을 설문조사한 뒤 두 데이터를 비교했다. 또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무작위로 8만5000명을 선정해 동의를 얻은 뒤 손목형 활동 추적기를 달게 해 실제 생활 패턴도 확인했다. 그 결과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는 최소 24개에서 많게는 351개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아침형 인간은 외부 빛에 반응해 신체 활동을 촉진하는 유전자들이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세포가 쓰는 에너지에 관련된 ‘cGMP’ 유전자군, 인슐린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군, 내분비계를 관장하는 뇌하수체를 작동시키는 유전자군 등이 포함됐다.

마이클 위든 영국 엑스터대 의대 교수는 “아침형 인간의 유전자군 구성과 뇌세포의 활성이 정신 건강에는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이용하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생체시계가 교란된 환자를 아침형 인간과 비슷하게 조절해 병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에 입대한 뒤 생체시계가 달라졌다. 아침이면 무조건 벌떡 일어나야 했다.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낮에 활동하는 아침형 인간이 돼야 했다. 제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입사한 첫 직장. 첫 직장은 나를 진정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게 했다. 회사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늦어도 오전 5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역시 월급이 무섭긴 무섭다. 그런데 선배들은 나이가 들어서 아침잠이 없어진 것도 있단다. 나를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시킨 건 사회생활일까, 노화일까?
아침형 인간의 생체 호르몬 변화

10대는 유전자, 나이 들수록 환경에 영향

지금까지 인간의 생체시계를 좌우하는 유전자 중 상위 유전자로는 ‘클락(Clock)’과 ‘비말원(BMAL1)’이, 하위 유전자군에는 ‘피리어드(PER)’과 ‘크립토크롬(CRY)’ 계열 등이 밝혀졌다.?

2003년 시몬 아처 영국 서레이대 교수팀은 수면위상지연증후군(DSPS) 환자의 유전자를 조사했다. DSPS 환자는 원하는 시간대보다 훨씬 늦게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한다. 환자중 75%에서 PER3 유전자의 길이가 짧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PER3 유전자가 길어야 아침형 인간이 되는 셈이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뒤 생체시계가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만큼 생활습관도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졌다. doi:10.1093/sleep/26.4.413

하지만 4년 뒤인 2007년 아처 교수팀은 PER3 유전자의 영향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해 생체시계의 선천적 유전자설을 부인했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청소년기까지는 유전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만 40대 이후에는 유전자보다 주변 환경과 사회적 활동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엑스터대 의대가 주도한 조사 결과도 이와 일치했다. 생체시계에 관여하는 유전자군이 최대 350여 개로 대거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무수한 유전자와 호르몬이 복합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위든 교수는 “생체시계 유전자를 부모로부터 전달받지만, 생체시계가 전적으로 유전자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루에 빛을 받는 시간과 식습관, 스트레스 등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주하게 되는 환경적 요인이 생체시계를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왠지 모를 피곤함이 있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타고 나길 저녁형 인간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요즘도 가끔 기다리던 드라마가 나오면 밤을 새서 다 보곤 하니까 말이다. 진정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전에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아침형 인간 되려면 오전 청백색 빛

석현정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팀은 파란색 비율이 높은 청백색 빛을 오전 시간에 많이 쬐면 아침잠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1월 23일자에 발표했다. doi:10.1038/s41598-018-36791-5

그간 휴대전화나 TV에서 나오는 푸른 계열의 빛을 저녁이나 늦은 오후에 접하면 숙면을 유발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밤잠을 설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석 교수팀은 때에 따라서는 푸른빛이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대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망막에 있는 제3광수용세포가 파란색 영역에 가장 민감하며, 오전에 노출될 경우 각성 등 여러 생리적 현상을 촉진해 높은 각성 상태를 유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백색의 빛이 저녁형 인간의 아침잠을 깨워 생체리듬을 아침형 인간처럼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제1저자인 최경아 연구교수는 “향후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계한 조명 조절시스템을 개발하면,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는 권장 수면 시간과 기상 시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l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http://www.dongascience.com/)
  • 사진 및 자료 | GIB / Mattias Karlen
  • 글 l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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