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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책과 함께, 사람과 함께 매일 성장해나가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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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박현희 작가
<나는 내 편이니까> 저자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으랴. 

시대를 불문하고 독서의 가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높게 평가되어 왔다. 

특히 가르쳐준 대로 암기만 잘하고 문제만 잘 푸는 기계적 기술이 중요시됐던 과거와는 달리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것이 

인재의 조건이 된 오늘날. 독서는 역량의 필요성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이번 만나고픈 사람 코너에서는 책을 통해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고 있는 박현희 작가를 만나보았다. 

Written by 최소희 Photo by 최상휘


사실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많다. 하지만 박현희 작가가 말뿐인 그들과 다른 점은 직접 책을 읽는다는 것과, 실제로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도와준다는 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독서의 경험을 통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말에는 책에 대한 믿음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함께 어려 있었다. 30년,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터득한 ‘읽지 않는 아이’를 ‘읽는 아이’로 바꿔 놓는 그녀의 독서교육 노하우를 소개한다. 



책 권하는 선생님

박현희 작가를 수식하는 수많은 단어 중에서도 단연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선생님’이다. 그녀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등학교의 사회 선생님으로 일해 왔다. 이는 책을 좋아하는 그녀가 ‘책 권하는 선생님’이 된 계기이기도 하다. 입시에서 독서 역량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떠오르면서 학생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필요해졌고 도움의 손길은 자연스레 그녀에게로 뻗쳐졌다. 

“저는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때문에 처음 교편을 잡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죠. 제가 가르치는 과목이 사회이다 보니 수업내용과 관련된 책이 많이 있으니까, 수업 중간 중간 아이들에게 관련된 내용의 책을 소개하는 거예요. 그러던 중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아지며 독서 활동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진 거죠. 수시로 제게 와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질문을 받으며,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더욱 성실하게 답하려 노력했어요. 결국 지금의 ‘책 권하는 선생님’을 만든 건 아이들의 질문이었던 거예요.” 

수많은 아이들에게 아이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면서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만드는 그녀만의 노하우도 생겨났다고.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책의 가장 재미있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살짝만 소개해주는 거예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죠. 그래도 결국 안 읽는 애들은 안 읽지만요(웃음). 다음으로는 독서의 필요성을 깨우쳐주는 거예요. 물론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만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조금 지루하거나 어려운 부분을 참고 읽어나가면 그 독서의 경험이 우리에게 득이 될 때가 있잖아요. 이 책을 읽는다면 나중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려주는 거죠.” 

그렇게 아이들을 독서의 세계에 끌어들이기에 급급하던 차, ‘조금 더 적극적으로 책의 매력에 빠지게 할 수 없을까’ 하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 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시도 중 하나로 아이들을 모아 독서모임을 진행한 것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다. 열댓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작게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학생들의 호응으로 점차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교의 대표 독서 활동 프로그램이 되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책과 진행방식을 정해서 아이들에게 신청을 받았는데 어느 날, 이런 시스템이 너무 선생님 위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거꾸로 아이들이 직접 읽을 책과 진행방식을 짜서 선생님에게 제안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어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게 함으로써 독서와 모임 자체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어요.” 

언제나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신만의 지식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혹자는 운영의 주체를 바꾼 것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로 선생님이 중심이 되어온 우리의 교육 환경에서 그 주체를 뒤바꾼 것은 아이들의 심리와 교육에 대한 그녀의 섬세한 배려와 치열한 고민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이처럼 그녀가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주업무 외에, 독서모임 운영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책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독서를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게 목표에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책을 덮는 순간 많은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만 그 즐거운 기억만큼은 남게 돼요. 

이 기억이 있는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시 책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미리 만들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조금 가볍게, 더 천천히

‘읽지 않던 아이’가 단숨에 ‘읽는 아이’로 바뀌는 건 불가 능에 가깝다. 읽는 일이 자연스러워 지기 위해선 오랜 시 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어 봤듯, 꾸준한 독서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왜 우리는 자꾸 책을 멀리하게 되는 걸까. 수많은 아이들을 책을통해만나온 그녀인만큼,이에대한답과 해결책을알고 있을 것 같았다. 

“책 한 권을 읽고 그 안의 모든 걸 가져가는 사람은 없어요. 다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버리면 책 읽는 일이 너무 힘들어져요. 촘촘한 그물을 던지면 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 무게 때문에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 처럼요. 엉성한 그물이라도 자주 던지면 돼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대했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낭독독서’를 추천하고 있어요. 책의 내용에 집중하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힘든 거거든요. 한 페이지씩 돌아가면서소리 내어 책을 읽게 되면 자연스레 내용에 집중하게 돼요. 효과도 좋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방법이랍니다.”


그동안 너무 완벽하게 책을 읽으려고 하며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한 마리, 두 마리를 건지더라도 꾸준히 그물을 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어쩐지 앞으로 읽게 될 새로운 책은 조금 힘을 빼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처럼 책 마니아인 그녀는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몇 개의 독서모임 참여,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독서 자체도 물론 좋지만,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에도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잖아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장소에 가서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죠. 저는 이런 생활이 삶을 너무 얕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잡고 갑자기 진지한 얘기를 할 수 도 없잖아요. 독서모임은 얇은 일상 속에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주제를 다루게 되고, 그 문제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도 하고 반대로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이도 있구나 하며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사실 그녀는 올해 긴 교직생활의 한 가운데에서 재충전의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다. 일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인 만큼, 마음껏 여유를 부리면서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다며 활짝 웃는 얼굴이 그녀의 행복한 나날을 말해주는 듯 했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일 새벽 같이 일어나서 출근을 하는 게 꽤 힘들었어요. 언제나 내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안고 살았죠. 안식년을 맞으면서 여유로우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미뤄놨던 책을 정성들여 읽고, 달리기와 필라테스 등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과 마음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약해지는 만큼 더 신경을 써야하는 거죠.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나이 드는 것일까’ 요즘 저의 화두입니다.”

‘늙지 않는 방법’보다는 ‘잘 늙는 방법’에 대한 그녀의 오랜 생각을 ‘달리기’라는, 다소 뜻밖의 방법을 통해 풀어 낸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란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 당당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해오던 염색도 끊었다는 그녀의 “well-aging”에 대한 생각이 벌써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그녀의 말은 어쩌면, 그녀를 지금 이 자리에 오게 한 원동력이 된 말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망설여지는 일이 있다면 더 이상 고민하기 말고 저질러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망설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고 싶다는 뜻이거든요. 앤써의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 한층 풍요로운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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