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에 대한 신념의 집합이다.
자존감의 핵심 두 가지는 자기 가치 즉 나는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내게 주어진 일을 잘해낼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하기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화와 스킨십에서부터다.
Written by 이영민(초등학교 교사, <엄마들은 모르지만선생님만 아는 초등생활처방전>의 저자) /
Editor 김민정
‘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가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도 있다. 자존감이 높아 마음이 건강한 아이는 무엇이든 해보고자 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도 너그럽게 넘어갈 줄 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낙관성과 회복탄력성을 갖는다.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부모가 해주어야 할 것이 많지만 여기서는 스킨십과 대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스킨십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차가운 부모들이 있다. 이런 부모들은 농담이 서툴고 ‘사랑을 꼭 말해야만 아나?’라고 생각한다. 차가운 부모들은 아이와 스킨십도 거의 없고 “우리 예쁜 딸”, “왕자님”, “우리 아들 최고다!”와 같은 애정표현도 하지 않는다.
칭찬하는 것도 쑥스러워서 혼내듯이 말한다. 이들은 대개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부모가 무관심하거나 엄격해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적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랑 표현은 곧 먹는 것과 같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사랑받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과 애착, 스킨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또 하나의 실험이 있다.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몹쓸 호기심을 느꼈다. 아기들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라게 되면 어떤 언어를 쓸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는 부모 몇명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보모가 키우도록 하는 실험을 강행했다. 먹이고 재우고 씻기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말을 건네지도 못하게 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아무런 언어적 자극과 스킨십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과연 어떤 언어를 사용했을까? 이 잔인한 실험은 아이들이 어떤 언어를 쓰는지 알아내지 못한 채 수포로 돌아가 고 말았다. 아기들이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한 역사가는 이를 이렇게 기록했다. “쓰다듬어주지 않아서 아기들은 살 수 없었다.”
피부에는 일정한 속도와 압력이 작용해야 활동 하는 C-촉각 신경섬유가 있다. 이 신경은 엄마가 아기를 달래고 쓰다듬을 때 활성화된다. 스킨십은 정말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사랑이 담긴 스킨십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생화 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은 기쁨을 느끼는 뇌의 부분인 안와전두피질의 활동을 증진시킨다. 또한 스킨십은 심혈관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코티솔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킨다. 어른이 되어서도 접촉 위안에 대해 그리워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피부는 밖으로 나온 뇌이다. 따라서 스킨십은 뇌를 쓰다듬어주는 것과 같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의 스킨십에 위안을 얻고 안정감을 얻는다.
대화의 기술
★ 비난하면 잔소리 VS 해결하려고 하면 대화
★ 감정의 분풀이면 잔소리 VS 지적인 수용이면 대화
★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면 잔소리 VS 공감이 있으면 대화
★ 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하면 잔소리 VS 끝내면 대화
아이와 올바른 대화를 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경청’과 ‘공감’이다. 부모는 아이가 말을 꺼내면 잘못을 고쳐줄 것이 없는지, 지적할 것은 없는지부터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들어주고 공감해주기 보다는 잔소리로 이어지기 쉽다.
올바른 대화는 소통의 물결이 막힘없이 흐르는 대화이다. 그러한 대화는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애착관계를 바로 하여 사춘기도 별 탈 없이 지나간다. 그렇다고 아이가 바로잡아야 할 습관이나 잘못이 있더라도 무조건 참고 넘어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아이를 방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강요하지 않고 부모와 아이의감정이 상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좋게 하는 대화법은 무엇이 있을까?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을 여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 의견제시형/선택형
아이들에게 청소를 하라고 말하고 싶을 때, “컴퓨터 게임 끄고 네 방 청소 좀 해라. 이게 뭐니? 이게 사람 방이니?”라고 하면 아이는 시무룩해져서 청소를 하거나 반항을 할 것이다. 반면 “10 분후에 청소할래? 지금 청소할래?”라고 물으면 청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계되어 있고 아이로 하여금 시간만을 선택하게 한다. 아이는 자신이 청소를 하겠다고 선택했다고 착각하고 책임감을 발휘한다. 숙제를 하라고 할 때도 욱 끌어오르는 화를 한번 참고 “숙제해!”보다 “숙제하는 게 어떠니?”라고 묻는 의견제시형 화법을 써보자.
② 나 메시지 I message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아이를 비난하거나 아이가 주어가 되는 말을 사용하면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멀어진다.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는 아이가 순종하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는다. ‘나’를 주어로 하는 화법은 효과적이다. “엄마는 우리 지현이가 숙제를 안 하니 속상하네?” / “현민이가 컴퓨터게임만 하고 있으니 아빠는 걱정이 되는구나.” ‘나 메시지’ 화법이란 위와 같이 나의 기분을 설명하면서 말하는 것이다. 화법을 바꾸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더 잘 수용한다. 또한 가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에 대해 배우게 된다.
③ 어떻게 How
‘왜’라는 의문문보다 ‘어떻게’라는 의문문이 덜 공격적이다. “너 도대체 왜 그러니?”, “왜 시계를 훔쳤어?”, “왜 선생님한테 혼난 거야?”라고 묻기보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다친 거야?”, “어떻게 하다가 선생님께 혼난 거야?”, “어떻게 하다가 시계가 네게 있게 된 거니?”라고 묻는다면 아이는 거짓말하지 않고 말을 꺼낼 수 있다.
④ 그렇구나, 그런데 Yes, but
이 대화법은 ‘공감’을 전제로 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말했을 때 “변명하지 마”, “엄마 말에 대꾸 하지 마”라고 말하며 수용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부모가 보는 앞에서는 “네”라고 하면서 뒤돌아서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과 ‘공감’이라고 했다. 일단 아이의 말을 수용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Yes, but’ 화법을 구사해보자.
“그렇구나. 우리 현진이가 친구랑 계속 놀고 싶구나. 하지만 지금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은데.”
⑤ 알지?
일명 ‘알지?’ 화법은 필자가 교실에서 자주 쓰는 화법이다. 예를 들어 수민이가 청소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았을 때, “수민아, 오늘 교실 청소인거 알지?”라고 말하면 교실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하더라도 그 바탕에 선생님이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에 “네”라고 대답하고 더욱 열심히 청소한다.
“영철아, 학교 다녀오면 옷 걸어놔야 하는 거 알지?”, “영철이 이제 숙제하려고 했구나?”라고 물으며 아이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주자.
⑥ 미안해, 고마워
“미안해, 고마워”는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는 마법의 말(Magic Word)이다. 부모나 교사가 잘못 했다면 아이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 사과한다고 권위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시키면 그것이야 말로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표현은 아이를 최고로 존중하는 대화이다.
칭찬의 기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했다지만 올바르지 않은 칭찬은 역효과를 일으킨다. 효과만점의 칭찬기술을 공개한다.
①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칭찬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신빙성이 떨어진다. 아이는 부모가 괜히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라고 칭찬하면 “아니에요”라고 대답하며 칭찬을 의심한다. 하지만 “붓터치가 좋고 적절한 색을 잘 섞어서 사용했구나”라고 칭찬하면 아이는 기분
좋아한다. “잘했어”, “최고야”라는 칭찬보다는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읽어주는 칭찬이 좋다.
② 사소한 것을 칭찬하라
지극히 사소하고 작은 일일지라도 자꾸 칭찬해주면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부모가 아이를 자세히 관찰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소한 칭찬을 해주는 것은 효과가 있다.
③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노력을 칭찬하라
결과만 칭찬한다면 아이는 ‘결과 지상주의’를 갖는다. 그래서 다음에도 좋은 결과를 꼭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든 칭찬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100점 맞다니 우리 아들은 역시 머리가 좋나봐!”라고 칭찬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더니 결과를 얻었구나.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칭찬해 보도록 하자.
④ 제3자를 빌려 칭찬하라
제3자가 칭찬했다고 하면 칭찬에 진정성이 생긴다. “엄마가 오늘 학부모 상담에 다녀왔는데 선생님께서 우리 민희 수업 태도가 바르다고 칭찬 많이 하시더라”라고 칭찬하면 아이는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꾸중의 기술
꾸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어떻게 꾸중하느냐 에 따라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꾸중이 될 수도 있고, 부모와의 관계만 나빠지는 부정적인 꾸중이 될 수도 있다.
아이와 올바른 방법으로 대화하고 적절한 칭찬과 꾸중을 양념처럼 뿌려주자. 스킨십은 기본이다.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관계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책이다. 아이의성공방정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서적 관계임을 명심하자.
① 인격이나 성격에 대해 꾸짖지 않는다
부모는 은연중에 아이의 인격이나 성격을 건드리며 꾸짖기도 한다. 아이가 실수로 우유를 엎질렀을 때 “너는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니?”하며 야단치고, 방 청소를 하지 않는 아이에게 “너는 왜 이렇게 게으른 거니?”라고 말한다. 모두 아이의 인격이나 성격을 건드리는 굉장히 잘못된 꾸중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런 방식으로 꾸짖으면 아이가 잘못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아, 나는 잘 잊어버리는 애’, ‘나는 무책임한 애’, ‘나는 게으른 애’, ‘나는 엄마가 미워하는 애’라는 부정적인 자아를 갖게 된다.
② 상황에 대해 꾸짖는다
아이의 인격이나 성격을 건드려 상처를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꾸짖을 수 있다.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적인 상황만 묘사한다.
“방이 무척 더럽구나.” / “오늘 해야 할 숙제를 아직 안하고 있는 것 같구나.”
③ 짧게 핵심만 말한다
잔소리나 꾸중이 길어지면 아이는 처음에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더라도 나중에는 반항감이 든다. 아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만 꾸중하자.
④ 주의를 집중시켜서 말한다
직장에서 돌아온 엄마가 주위는 시끄러운 상태인데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에게 오늘 게임을 많이 했다고 소리를 지르며 혼내고 있다. 과연 그 꾸중이 아이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까? 차분히 조용하게, 가까이 다가가서 아이에게 이야기해야 아이는 반성할 수 있다.
아이와 올바른 방법으로 대화하고 적절한 칭찬과 꾸중을 양념처럼 뿌려주자. 스킨십은 기본이다.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관계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책이다. 아이의 성공 방정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서적 관계임을 명심하자.
※ 필자 소개: 이영민
<엄마들은 모르지만 선생님만 아는 초등생활 처방전>의 저자 이영민 교사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는 신념으로 교실 안에서는 분필로 가르치고, 교실 밖에서는 책과 글로 소통하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에듀라이터. 학부모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강연을 하며 부모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