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마시면 왜 아기들은 괜찮고, 나는 배가 아플까?
새 학년 첫 등교, 설렌다.
물론 아는 친구 몇 명도 같은 반이 되긴 했지만, 많은 것이 새로워진 만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오늘 아침은 완벽한 나의 첫인상을 위해 매일 마시는 우유를 걸렀다. 종종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파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오래 공들인 머리와 교복 깃 그리고 새 가방까지 착용 완료.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근데 아침마다 마시는 우유를 걸렀더니 배가 살짝 고프기도 하다. 마시고 나올 걸 그랬나? 그러고 보니 나도 아기 때는 우유를 먹고 자랐을 텐데 그때는 배가 안 아팠나?
첫 등굣길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유 넌 언제부터 내 배를 아프게 한 거니?
너도 없니? 유당분해 소화액
우유가 배를 아프게 하는 이유는 락토스 때문이다. 우유 광고에 ‘락토스 프리’라는 말을 자주 봐서 익숙한 단어이다. 락토스는 나쁜 물질은 아니고 ‘포유류의 유선에서 분비되는 젖에 함유된 환원성 이당류’라고 한다. 락토스를 유당이라고 하는데, 보통 모유의 6.7%, 우유의 4.5% 정도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메스꺼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우유 소화액이 없는 사람들은 유당분해효소결핍증에 해당한다.
결핍증이라니 뭔가 큰일 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겁낼 필요는 없다. 왜냐! 동양인의 90%, 흑인의 75%, 서양인의 25%가 이 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 중 결핍증이 없는 사람은 10% 정도이니 나처럼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픈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우유만 먹는 아기들은 어떡하지?
유당분해효소를 가진 성인이 10%밖에 안 되는데 아기들은 어떻게 모유나 분유만 먹으면서 클 수 있을까? 아기들이 자주 우는 이유가 사실 우유를 마시고 배가 아파서였던 것은 아닐까?!
물론 아기 중에 심한 위장병을 앓는 경우 일시적으로 유당불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모두 유당분해효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모유를 먹는 동안은 유당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활발히 활동한다.
아쉽게도 이 활동은 아이가 모유를 떼고 이유기를 지나 어른이 먹는 음식에 의존할수록 점점 줄어든다. 반면 다른 소화 효소들은 더 많이 만들어진다. 즉, 성장하면서 먹는 음식에 맞는 소화 효소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식생활에 따라 달라진 진화
그런데 한 조사에서 재미있는 결과를 내놓았다. 전 세계에서 우유를 문제없이 완벽하게 마실 수 있는 성인은 인구 집단별로 약 1~10%밖에 없는데 요르단, 스웨덴, 아프가니스탄, 덴마크와 같은 특정 나라는 그 비율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성인이 되어도 유당분해효소를 만드는 비율이 70~80%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왜 그런 것일까? 이 지역에서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유전자가 나타난 시기는 약 1만 년 전으로 목축업과 낙농업이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고 한다. 오랜 기간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이 음식의 주를 이루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유당분해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렇게 식생활 환경에 맞춰 진화해 오고 있다.
고소하고 몸에도 좋은 우유를 어릴 때만 마음껏 먹을 수 있다니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든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면 끊는 게 정답이지만, 맛있는 우유를 양보할 수 없다면 살짝 데워 먹거나 조금씩 자주 나눠 마셔 보자. 혹은 락토프리(유당을 뺀) 우유나 아몬드, 귀리, 쌀로 만든 채식 우유로 대체하는 것도 좋다.
면역력과 뼈 건강에 좋은 우유. 좋아하는 우유를 마음껏 먹지 못해 아쉽다면 내 유전자 정보에 맞게 영리하게 마셔 보는 건 어떨까?
[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4098185&memberNo=29922182&vType=VERTICAL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87135&cid=40942&categoryId=32315
https://www.youtube.com/watch?v=Ht0mQPGW1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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