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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들이여~ 도서관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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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이혜진 작가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엄마입니다> 저자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 자신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기약 없이 길어지는  취업 준비에 지칠 때, 열심히 회사에 다녀도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뒤로한 채 엄마의 자리에 앉아야 하는 순간이 그렇다. 

온종일 집 안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고 있노라면 나의 존재가 

이 사회에서 티끌 하나의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깊은 우울과 무기력은 지금껏 경험해본 시련과는 급이 다르다. 

하지만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급급했던 당신의 육아생활에 ‘성장’이라는 단어를 더해주는 

이혜진 작가의 엄마 자존감 비책을 소개한다.

Written by 최소희  Photo by 김소연


아직 엄마의 자리에 앉아 본 적이 없는 기자에게 ‘산후 우울’이나 ‘독박 육아’, ‘경단녀에 대한 두려움’ 같은 개념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로 여겼고 깊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혜진 작가의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저자입니다>를 읽고 나서 욕망을 가진 한 인간과 모성 신화로 둘러싸인 엄마의 자아가 충돌하는 그 상태가 단지 ‘우울’이나 ‘독박’ 등의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처절한 감정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우리 엄마 세대만 하더라도 그러한 시련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아니, 시련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삶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힘들지만 누구도 그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엄마가 아닌 누구의 삶이라도 위험해질 수 있다. 


‘엄마 됨’의 괴로움

이혜진 작가 또한 아이를 낳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계획 없이 찾아온 생명은 기쁨보다 당혹스러움을 먼저 안겨줬다. 그리고 이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한평생 쌓아온 커리어는 일에 대한 강한 애착과 사명감을 갖고 있던 그녀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자’라는 타이틀은 제게 매우 큰 만족감을 주는 직업이었습니다. 제가 굳이 제 자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직함만으로 사회로부터, 주변인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 성취감과 안도감, 뿌듯함과 같은 감정들은 힘든 삶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었어요. 그런데 임신을 하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거예요. 절망감에 사로잡혀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들, 선후배들까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비뚤어진 마음에 모두가 밉게만 느껴졌죠. 다시는 나의 삶을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절망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경단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이 작가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자기 자신이라고 믿어온 정체성이 한순간에 송두리째 날아가는 경험은 직접해보지 않으면 짐작하기 힘들 터. 담담하게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한차례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자기 안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그녀를 밖으로 이끌어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괴로움 속에서 집어든 책은 무기력과 우울로 가득 차있던 생활에 노력과 발전의 세계를 다시금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목마른 사람이 물을 들이켜듯 필사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아이 말고는 대화가 통하는 누구도 만날 수 없었던 시기에 책을 빌릴 때마다 꺼내 든, 제 이름 석자가 박힌 대출증이 제 존재를 입증해 주는 것 같았어요. 소위 잘 나갔던 시절의 명함처럼 말이죠. 책을 빌릴 때마다 자동대출기계에 뜬 제 이름 석자를 매일 같이 확인하면서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남들 눈에 확연히 드러나진 않지만 매일 어제 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서서히 자아의 건강을 회복해 갔습니다. 누군가는 정신과에서 상담을 하며 치료를 받듯이 저는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읽으며 치료를 받은 셈이죠.”


‘함께 성장’의 가치를 깨닫다

자신의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 되고 그녀는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독서 교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괴로움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그녀가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교육기자로 일하며 몸소 체험한 독서교육의 중요성 때문이었으리라. 

“저는 교육 기자로 활동하면서 전국에 내로라하는 영재들을 많이 만나왔어요. 성격도, 탁월한 재능을 나타낸 분야도 모두 달랐던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았던 한 가지가 바로 독서였어요. 타고난 재능을 더 빛나게 갈고 닦을 수 있는 무기, 탁월하지 않아도 탁월하게 변모할 수 있는 핵심 비법이 책이라는 사실을 제 두 눈으로 너무나 많이 목격해왔던 거죠. 처음엔 선물 받은 책, 남들이 좋다는 책 위주로 제 주관에 맞춰 읽어주었어요. 하지만 점차 아이들의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더 넓은 독서의 바다로 아이의 발을 담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출석도장을 찍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곳. 도서관의 장점은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책상에만 앉으면 몸을 배배 꼬는 아이를 도서관에 가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결국 엄마가 제풀에 지쳐 포기하게 된다는 뻔하디 뻔한 레파토리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작가의 아이가 원래부터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였던 걸까. 아이들이 제 발로 도서관에 가게 만든 그녀만의 비결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엄청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저 스스로 책을 읽고 도서관에 다니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엄마가 가니까 너희들도 가자고 한다거나,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거나 한 적은 없어요. 그저 이따금 날이 좋을 때, ‘엄마 도서관 갈 건데 같이 갈 사람?’이라고 묻는 정도였지요. 신기하리만치 재미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잘 골라오는 엄마가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도서관을 재미있는 책이 모여 있는 보물창고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력을 통한 성장의 결과, 희망

올해는 이혜진 작가가 엄마 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시간 동안 본인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일이 그녀의 마음 밖과 안에서 일어났을 터. 혹자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험난한 길이 펼쳐지던 간에 지난 시간, 그녀는 ‘성장’했다. 수없이 많은 흔들림을 견뎌온 그녀이기에 ‘엄마 10주년’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 10년은 다른 1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정과 사랑, 이타심, 성숙 등의 긍정적인 가치도 분명 배웠죠. 하지만 가정과 아이가 주는 행복감보다, 엄마가 되었다는 감사함보다 제 자신을 잃었다는 게 제겐 더 큰 사건이었어요. 그래서 갑자기 주어진 엄마로서의 삶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제 삶이 닳고 무뎌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느껴야 했어요.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엄마입니다》는 무너진 자아를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 일으켜 세우며 제가 경험했던 감정들을 적은 수기이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겪었던 어려움을 반복하고 있는 엄마들을 향한 그녀의 애정 어린 걱정을. 그녀는 엄마의 존재가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보다 선한 방향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기보다는 엄마 자신의 교육철학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책을 통해서 말이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사람은 사람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하고 배운다’는 사실이에요. 제가 주변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금의 제가 되었듯, 저 역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겠죠. 아이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일 거고요. 때문에 저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 하는 엄마가 아닌, 언제나 책을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듯이요. 육아란 아이만 자라는 과정이 아니라 엄마로서 나의 자아도 함께 성숙하는 과정이에요. 답답하고 어려울 때, 방법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해석과 해법을 찾아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책 육아는 아이와 엄마가 동반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도서관 마스터' 이혜진 작가의 도서관 백배 활용법

이 작가는 독서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서관을 활용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체험 수 있는 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규모가 있는 공립 도서관에서는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유아를 위한 책 읽기 프로그램, 초등 및 중고등학년을 위한 각종 인문, 역사, 글쓰기 강좌 등 아이를 위한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그림책지도사, 독서지도사, 하브루타 등의 유익한 부모교육 프로그램 또한 준비되어 있으니 활용해보자.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서 일정 확인 및 신청이 가능하다. 


+ 이색도서관 추천 리스트

" 세상은 넓고 도서관은 많다. 이혜진 작가가 추천하는 전국 이색 도서관 리스트를 소개한다. 기발한 콘셉트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단지 독서를 위한 공간이 아닌, 재미있고 행복한 추억으로 아이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립 도서관으로 어린이 도서관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도서는 물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강좌, 전시가 상시 진행되고 있다. 그림책방, 수유실, 구내식당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학부모들에게 추천한다.


# 서울도서관 

1926년에 지어진 서울시 옛청사 건물을 활용해 만든 도서관으로 옛 건축물의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대표 도서관’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다양한 독서문화 행사 및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관람하면 좋겠다.  


#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종로거리의 끝자락과 인왕산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도서관. 시끌벅적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규모에 비해 다양한 장서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해 있는 지지향은 아름다운 서가와 고서를 체험할 수 있는 숙소이다. 지지향의 숙소에는 엄선된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로비에는 ‘지혜의 숲’ 도서관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잠 못드는 밤, 책을 통한 특별한 위로를 경험할 수 있다.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책을 주제로 한 어린이 미술관. 예술적으로 꾸며진 서가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미술 작품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샵,  장단기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 청운문학도서관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한옥도서관. 쉽게 접할 수 없는 한옥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양옥형태의 서가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한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근처의 윤동주 문학관까지 함께 둘러보면 좋겠다. 


# 춘천 남이섬 국제 어린이 도서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도서관. 그림책 위주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으며, 실내 놀이터와 그림전시가 상시 운영되고 있어 즐겁게 놀다올 수 있다.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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