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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휘력 키우기] 잠자리 수다를 시작하는 마법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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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박명선
- 현직 서울시 초등교사(경력 17년), 초등 엄마(초등 두 아들의 엄마)
- 서울교대, 동 대학원 교육행정 석사
- 2016 – 2021년 서울특별시 교육청 진로 교육 연구원
- 2019년 서울시 교육정책 연구원
- 네이버 블로그 ‘라온샘의 행복 일기’ 운영 중

말하기가 가장 즐거운 순간은 함께 수다 떠는 시간이 아닐까요? 사전에서 ‘수다’를 찾아보니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이라고 쓰여 있네요. 쓸데가 없는 말이라는 수다가 사실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건 일부 상황에서는 분명 맞지만 가족과의 대화는 말이 많아야 쓸 말도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끼리 어떻게 딱 용건만 간단히, 할 말만 명료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고,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냈는지, 힘든 점은 없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대화는 오직 ‘수다’만이 가능합니다.

 

 

 

수다 중에서도 특히 잠자리 수다를 추천합니다. 잠자리 수다를 추천하는 이유는 하루 중 가장 이완되는 시간이며 가장 편안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즉,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언어의 교류인 동시에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한 시간인 것이죠. 잠자리 수다는 아이의 언어, 생각, 감정까지를 함께 연결하여 발달시킬 수 있는 귀한 교육의 시간이자 부모님에게도 힐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보통은 아이가 어릴 때 잠자리 독서 많이 하시죠? 자기 전에 부모님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잠자리 독서를 하는데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책을 읽어주기보다 그 시간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채우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저도 제가 의도해서 아이들과 잠자리 수다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들이 잠을 자지 않아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되었네요. 제 아들은 불을 끄고 누워도 한 시간 이상씩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도 불러주고 책도 읽어줬지만, 한 시간이 지나면 저도 모르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자꾸 미안한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큰 아이가 5살 때 있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당시 돌도 안 된 둘째도 있어서 그런지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힘든 순간으로 기억되네요. 5살이면 충분히 말도 할 수 있고, 걸어 다닐 수도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제 5살이나 되었는데 왜 징징거리고 혼자서 하지 못하냐!”라며 타박을 했었죠. 

 

세상에... 지금 생각하도 얼마나 미안한지 몰라요. 5살이면 한참 아기잖아요. 먹는 것, 입는 것말고 엄마의 사랑이 무엇인지, 그 표현이 무엇인지 더 잘 알 나이잖아요. 그래서 잠을 잘 안 자는 아이와 미안한 엄마가 저녁에 만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솔직한 제 심정을 이야기했어요. 저의 육아 죄책감에서 시작한 이야기였는데 그래도 진심이 아이에게도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투덜대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항상 저를 걱정시켰던 아이가 참 덤덤하게 본인의 마음을 이야기하더라고요. 낮에 들었으면 이러한 이야기도 걱정이 되었을 텐데 잠결이었는지, 충분히 이완된 상태여서 그런건지 아이에게 한없이 너그럽게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안아주었습니다. 옆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 서로를 보지 않고 나누는 대화는 생각보다 더 진솔했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


잠자리 대화에는 딱히 기술이 없어요. 제 경우는 불을 끄고 누우면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는 첫 마디로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다 보면 말하고 싶은 단어가 생각이 안 나기도 합니다. 혹은 엉뚱한 단어를 말하기도 하고요. 듣다보면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욕구가 느껴져요. 그렇게 잠자리 수다가 이어지고 결국 한참을 이야기한 아이는 굉장히 행복해하며 잠이 듭니다. 저는 이 시간이 아이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낮춰주고, 하루 동안의 긴장을 풀고 이해와 공감을 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부모의 역할은 졸지 않고 집중해서 들어주고, 중간중간 잘 듣고 있다는 추임새 정도만 넣어줘도 충분합니다.

 

어쩌면 잠자리 수다는 아이를 위한 것보다 부모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많은 실수의 시간을 만회할 수 있으며 부모로 성장하느라 느낌 힘겨움을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서로 교류하는 대화를 통해 부모는 아이를, 아니는 부모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줍니다. 오해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며, 서로의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응용하여 친구와도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갑니다. 나의 일상과 감정을 나누고, 용서하고 사과하는 경험은 훗날 아이가 또래나 낯선 이들과 소통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에 편한 대상과 이야기하며 즐겁게 잠들 수 있도록 시도해보세요. 처음만 어렵지, 물꼬가 트이는 것처럼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 출처: 비상교육 학부모 커뮤니티, 맘앤톡(www.momntalk.com) /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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