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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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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김지원
- 약력소개
20년 차 초등교사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활동
가톨릭 대학교 독서 교육 전공

- 주요저서
열세 살 아이들을 위한 책 나침반(2020, 공저)
이야기 귀신과 도깨비
브런치 작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였어요. 한번은 제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인공 00은 왜 말이 없어졌을까?”

 

제가 읽어준 이야기 속 주인공은 한순간의 말실수로 소중한 친구와 헤어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말이 없는 소심한 성격으로 변하게 됩니다. 당연히 아이들이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거라 예상했는데요.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성격이 이상한가 봐요.”
“말하는 게 귀찮아서 그래요.”

 

문제는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엉뚱한 말만 합니다. 16년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했었는데요. 점점 갈수록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다수의 교육 전문가는 요즘 아이들이 영상시대에 태어나 영상과 함께 살아가는 디지털 키즈,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속도감으로 휘몰아치는 영상을 일상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성찰하고 천천히 해석해야 할 ‘책’이라는 매체는 낯선 환경인 셈이죠. 그러니 아이들에게 학습의 가장 기본 도구이자 평생 학습의 필수품인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여기서는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기본적인 노력 세 가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책 읽을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세요. 

 

미국의 유명한 독서교육가인 냇시 앨웰은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라는 말을 하며 “리딩존”을 언급합니다. 리딩존은 아이가 독서에 완전히 빠져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가정에 적용해 보면, 책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아이에게 책 읽을 가장 편한 장소, 가장 편한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편안한 장소에서 독서하는 시간이 쌓이면 자동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아이가 가장 편하게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고정된 시간이 있는지 체크해 보세요. 

 

 

둘째, 긴 글을 읽어낼 수 있는 능동적 읽기 전략이 필요해요 

 

 

짧은 글, 숏츠 영상 등이 유행인 시대입니다. 점점 우리의 뇌가 읽기 뇌에서 디지털 뇌로 전환되는 이 시기, 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읽기 뇌로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저자 나오미 배런은 책에서 디지털 시대에 읽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학생들에게 충분히 긴 글 읽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업 목표에 포함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저자는 디지털 사회에서 긴 글 읽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긴 글을 읽어낼 수 있도록 예측하면서 읽기, 질문하면서 읽기, 요약하기와 같은 능동적인 읽기 전략을 가르쳐 줘야 합니다. 이러한 읽기 전략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능숙한 독자인 어른(부모)이 직접 어떻게 읽는지 보여주고(시범하고) 아이가 연습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행동경제학에서 등장한 개념 넛지는 ‘옆구리를 찌른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일에 대해 부드럽게 개입하는 것을 뜻하며 인간 자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넛지의 방법대로 독서 환경도 만들 수 있습니다. 책이 있는 곳에 자주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 책이 갖는 긍정적인 경험을 보여주는 것, 롤모델로서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책 읽는 친구가 옆에 있는 것 등이 넛지를 통한 독서의 생활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책 좀 읽어!”라는 직접적 찌르기가 아닌 아이 주변을 따뜻한 독서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부드러운 개입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으라는 백 번의 말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환경의 조성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독서 환경은 무엇인지 살펴봐 주세요. 그것이 곧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강력한 첫걸음입니다. 
 

 

@ 출처: 비상교육 학부모 커뮤니티 맘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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