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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공공 와이파이로 BTS 뮤비 틀어보니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신흥버스 차고지. 4월 16일 오전 10시 50분 503번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503번은 시내를 가로지르며 대구역을 지나 대구 북구로 향하는 노선이다. 5월 1일부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는 버스 공공 와이파이는 얼마나 잘 터질까. 뒤쪽 의자에 자리를 잡고 버스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했다. 연결 되자마자 와이파이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했다.
‘다운로드 속도: 26.19Mbps(초당 메가비트)’. 화질 높은 동영상도 문제없이 스트리밍이 가능할 만큼 아주 양호한 수치다.
이번에는 같이 탄 일행 5명에게 부탁해 버스 공공 와이파이에 연결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재생하게 했다. 접속자가 많을수록, 그리고 데이터를 많이 쓸수록 와이파이의 다운로드 속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뮤직비디오를 재생했다.
‘다운로드 속도: 32.26Mbps’.
속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올랐다. 엇, 이게 아닌데.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테스트를 했다. 모두 30Mbps 이상의 속도가 나왔다.
“도대체 왜 속도가 더 높아진 거죠?”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어그러졌다는 불안감에 함께 버스에 탄 강공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수석연구원에게 다급히 물었다.
“글쎄요. 도로를 이동하는 버스의 와이파이 속도는 굉장히 많은 요소들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한번 따져봐야 할 것 같군요.”

20명 동시 접속해도 1인당 2Mbps 유지

대구 시내버스 503번 버스 앞문 위쪽에 설치된 무선 라우터. 버스의 한 가운데가 아닌 앞쪽에 설치된 이유는 전원공급 장치가 버스 앞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버스에 공공 와이파이가 설치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부터다. 공공 와이파이는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시작부터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절반씩 예산을 부담해 전국 16개 시·도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 첫 단계로 전국 시내버스 4200대에 공공 와이파이가 구축돼 5월 1일부터 정식 서비스가 제공된다. 전국 시내버스 총 2만4000대 가운데 17.5%에 해당한다. 나머지 시내버스에는 올 가을부터 설비를 구축해 2021년 완료할 예정이다.
대구 503번 버스는 1차 사업에 선정된 노선이다. 모든 503번 버스의 앞문 위쪽에 무선 라우터가 장착돼 있었다. 이 기기는 LTE(4G) 신호를 무선으로 받아 주변에 와이파이 신호를 공급한다.
승객 입장에서 버스 공공 와이파이의 서비스 품질을 판단할 때 따져봐야 할 건 속도와 용량, 그리고 보안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속도는 주행 시 20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1인당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2Mbps 이상 되도록 했다”며 “2Mbps 이상이면 동영상을 원활히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와 동일한 라우터, 동일한 통신 서비스가 제공되는 KTX의 공공 와이파이를 기자가 직접 측정해 본 결과, 5회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94Mbps(1.77~2.57Mbps)였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실행할 경우 LTE 서비스에 비해 동영상 재생을 시작할 때까지 로딩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동영상은 끊어지지 않고 끝까지 재생됐다.

모두가 함께 쓰는 공공재

승객이 늘어날 때 속도나 보안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용량이다. 버스 공공 와이파이는 버스 한 대당 매달 100GB만 제공된다. 이를 서울시를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서울 시내버스 이용객 한 명당 월 5.5MB의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결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데이터를 과도하게 쓰는 ‘헤비 사용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하나의 단말기에서 과도한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일시적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끊는 것”이라며 “공공 와이파이인 만큼 아예 차단을 할 수는 없지만 이로써 헤비 사용자에게 경고를 주고, 사용을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6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또 하나는 데이터 나눔이다. 지역별 또는 노선별로 한 달에 100GB를 다 쓰는 경우도 있고, 남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데이터가 남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데이터를 이전하는 방법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노선별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며 “사용량 집계 결과에 따라 데이터 용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 부장은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는 국민들이 통신 복지 혜택을 고루 누리게 하는 게 목적”이라며 “가급적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간단한 웹페이지 검색이나 메신저 이용에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휴대전화로 공공와이파이에 접속하니 ‘PublicWifi@BUS _Free_503(버스노선번호)’과 ‘PublicWifi@BUS_Secure_503’이 모두 떴다. 전자가 2.4GHz, 후자가 5GHz 대역의 주파수다.

503번 노선 따라 와이파이 속도 측정해보니

대구 시내버스 503번 버스에 올라 처음 측정한 다운로드 속도는 26.19Mbps였다. 버스 기점에서 홀로 탑승해 측정한 덕분에 기대 이상의(?) 속도가 나왔던 셈이다. 버스가 운행을 시작하자 다운로드 속도는 16Mbps부터 44Mbps까지 크게 요동쳤다.

· STX메탈건너 정류장_가까워진 기지국

대구 달서구의 공단지역 한 가운데 있는 기점을 떠나 시내로 접근하자 다운로드 속도가 44.62Mbps가 찍혔다. 불과 세 정거장 지났을 뿐인데, 속도가 치솟았다. 강 수석연구원은 “버스의 라우터로 LTE 신호를 보내는 기지국과 버스의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개 사람이 밀집한 구역에 기지국이 더 촘촘히 설치돼있다. 공단 지역은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기지국끼리 거리가 멀어 기지국과 가까워지면 신호가 강해지고, 멀어지면 신호가 약해지는 차이가 시내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휴대전화로 공공와이파이에 접속하니 ‘PublicWifi@BUS _Free_503(버스노선번호)’과 ‘PublicWifi@BUS_Secure_503’이 모두 떴다. 전자가 2.4GHz, 후자가 5GHz 대역의 주파수다.
NIA 무선인터넷 속도 측정 앱 스크린샷
기지국과 버스의 거리에 따라 무선 와이파이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화면에서'대한민국 WiFi 평균'은 국내 유무선 와이파이 속도의 평균치다.

· 성서우방타운건너 정류장_온통 와이파이 세상

아파트와 초등학교, 그리고 그 주변에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역으로 진입했다. 속도를 측정해보니 23.50Mbps로 뚝 떨어졌다. 그때 버스 공공 와이파이의 통신 서비스를 담당하는 권정욱 KT 융합ICT수행2팀 차장이 ‘Wifi Analyzer’라는 앱을 소개했다. 이 앱은 주변에 몇 개의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지, 세기는 얼마나 되는지 탐지하는 기능을 한다.
앱을 실행하자 10여 개나 되는 와이파이 신호가 떴다. 권 차장은 “상가에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비롯해 대부분의 와이파이는 2.4GHz(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사용한다”며 “같은 주파수 대역의 신호들이 서로 겹치다보니 간섭 현상이 생겨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앱에서 감지된 와이파이의 이름(SSID·서비스 세트 식별자)들을 보니 ‘○○ 고깃집’ ‘○○사’ ‘○○ 뷰티’ 등 각종 상호명으로 나타났다.
주변의 높은 건물도 신호를 느리게 하는 요인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경우 버스에 있는 라우터가 LTE 신호를 받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에 와이파이의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로 공공와이파이에 접속하니 ‘PublicWifi@BUS _Free_503(버스노선번호)’과 ‘PublicWifi@BUS_Secure_503’이 모두 떴다. 전자가 2.4GHz, 후자가 5GHz 대역의 주파수다.
Wifi Analyzer 스크린샷
버스 공공 와이파이(파란색) 외에 2.4GHz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사용하는 수많은 와이파이가 주변에서 감지됐다.

· 2차서한화성타운건너 정류장_헤비 사용자가 제일 걱정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비교적 한적한 시간대임에도 시내를 가로지르자 승객이 제법 늘어났다. 시내버스의 최대 정원은 40여 명인데, 20명가량 탑승했으니 절반이 찬 셈이다. 여러 승객이 동시에 동영상을 실행할 경우 와이파이의 속도가 느려지는 건 예견되는 일이다. 관계자들 역시 이 부분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 강 수석연구원은 “승객이 많으면 속도는 떨어지겠지만, 모든 승객이 동시에 동영상을 스트리밍하지 않는 이상 2Mbps는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승객이 사용할 경우 보안 역시 염려되는 부분이다. 공공 와이파이는 해킹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버스 공공 와이파이에는 2.4GHz 대역 외에 5GHz 대역의 주파수가 하나 더 있다. 주파수 대역을 2개 사용하는 원래 목적은 5GHz 주파수 신호를 보안용으로 쓰기 위함이다.
기존 와이파이는 신호가 암호와 돼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접속할 경우 해킹 위험이 있다. 그래서 신호를 암호화 시킨 경로를 하나 더 마련했다. 이 경로는 모바일 기기 내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 모두 ‘wifi’라고 입력해서 접속할 수 있다. 따로 접속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지만 더 안전하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s 류규태 KT 융합ICT수행2팀 부장은 “와이파이에서 구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이라면서도 “암호화를 했지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의 특성상 보안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금융 등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출처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http://www.dongascience.com/)
  • 사진GIB, 이한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 NIA 무선인터넷 속도 측정 앱 스크린샷 / Wifi Analyzer 스크린샷 와이파이 설정 화면 스크린샷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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