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탐구생활 상세보기
제목 달도 찍는다는 휴대폰 줌, 눈속임일까? 진짜일까?
조회수 947

달도 찍는다는 휴대폰 줌, 눈속임일까? 진짜일까? 




쉬는 시간이 떠들썩하다. 반 친구가 최신형 휴대폰을 자랑해서다. 100배 줌이 된다며 으스대며 창문 밖을 쭉 당겨서 보여준다. 휴대폰이 망원경도 아니고, 어떻게 100배나 줌이 된다는 거지? 시큰둥하게 보고 있었는데, 휴대폰 화면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 건물, 창문 안, 책상에 앉아 있는 선배, 선배 교복의 명찰까지 보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 짝은 아이돌 찍으러 다닌다고 대포 같은 망원렌즈까지 샀는데! 짝에게 물어보니 휴대폰 카메라로 줌을 당기는 건 디지털 줌이라고 하는데 그게 다 눈속임이란다. 저렇게 잘 보이는데 눈속임이라고? 그 말에 신형 휴대폰을 산 친구가 휙 돌아본다. 분위기 살벌해지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내가 나설 때가 된 것 같다. 



화각이 좁아지면, 멀리 보이는 광학 줌

카메라는 크게 광학 줌디지털 줌으로 나눌 수 있다. 광학 줌은 초점거리를 줄이거나 늘려 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데, 멀리 있는 것을 당겨 본다고 해서 화질 저하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래서 내 짝이 그 무거운 망원렌즈를 들고 다니는구나 싶다. 

초점거리를 알려면 카메라의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카메라는 렌즈에 외부 상이 직선으로 통과해서 이미지 센서에 맺히는(상은 항상 거꾸로 맺힌다!) 원리인데, 여기서 초점거리는 찍는 대상에서 이미지 센서까지의 거리가 아니라, 렌즈에서 이미지 센서까지의 거리라고 한다. 가령 내 짝이 망원 카메라로 아이돌을 찍는다고 할 때, 초점거리는 아이돌과 카메라의 거리가 아니라, 친구 카메라의 렌즈에서 이미지 센서까지의 거리이다. 




초점거리가 이미지 센서와 가까워지면 화각이 넓어져 시야가 넓어지지만 멀리 있는 아이돌은 작게 찍히게 된다. 반대로 초점거리가 멀어져 화각이 좁아지면 시야는 좁아지지만 멀리 있는 아이돌은 가까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눈의 화각은 약 50°인데 이건 일반 카메라의 표준렌즈 화각(44°~55°)과 비슷하다. 넓은 면을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는 60°~80°로 화각이 넓은 데 비해 멀리 있는 것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망원렌즈는 대략 30° 이하이다. 나도 종종 멀리 있는 걸 볼 때 눈을 가늘게 뜨기도 하는데, 렌즈도 화각을 가늘게 할수록 더 먼 곳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거였다.



디지털 줌은 화각이 아니라 확대

광학 줌은 화각의 변화에 따라 멀리 있는 피사체가 크게 맺히는 원리지만, 디지털 줌은 화각과는 상관이 없다. 화면을 찍은 후 일정 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디지털 줌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짝은 디지털 줌은 크게 찍어서 포토샵으로 확대하는 거랑 같다며 광학 줌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큰소리친다. 게다가 확대하면 할수록 화질이 저하되어서 나중에는 흐릿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될 거란다.

그래서 디지털 줌에서 중요한 것은 화소수란다. 화소수는 1인치당 픽셀 수를 뜻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픽셀 밀도가 높아져 더 정밀하게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일정 정도까지는 얼마나 많은 화소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해상도가 결정이 되는데, 1인치에 가로 1,000개, 새로 1,000개의 화소가 배치되어 있다면 해상도는 1000,000(1000 X 1000) 화소가 되는 원리라고 한다. 

어라? 그렇다면 픽셀을 무한정 늘리면 디지털 줌은 한계가 없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게 또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우선 픽셀을 무한정 늘리면 센서 크기가 함께 커져야 하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도 같이 커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픽셀이 많아지면 각 픽셀이 신호를 충분히 촘촘하게 받지 못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픽셀 간에 전기적으로 간섭하는 오류도 생길 수 있단다. 아, 기술 개발은 여전히 쉬운 게 아니구나.



광학 줌과 디지털 줌의 합체! 하이브리드 줌

하지만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바로 연구자들의 자세 아니겠는가. 광학 줌과 디지털 줌의 장점을 합체해 단점을 보완하는 기능이 나왔는데 그게 바로 하이브리드 줌이라고 한다. 알고 봤더니 친구의 최신형 휴대폰도 디지털 줌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줌이였다! 

하이브리드는 원래 이질적인 요소를 서로 섞은 것으로,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용어라고 한다. 우리 집 차도 연료와 전기 배터리의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데, 주유는 하지만 종종 전기로만 엔진이 돌기도 한다. 

광학 줌과 디지털 줌의 합체라니 약간 이질적이긴 한데, 원리는 어렵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줌을 할 수 있는 휴대폰을 살펴보면 렌즈가 여러 개가 달려있다. 일반 광학 줌 카메라 렌즈처럼 초점거리를 조절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안 되기 때문에 단렌즈를 여러 개 배치해 놓은 것이다. 가령 광학 줌 망원렌즈가 초점거리를 조절해 70mm에서 300mm까지 자율자제로 배율을 조절한다면, 하이브리드 줌은 아예 처음부터 0.5배줌, 1배줌, 4배 줌이 되는 단렌즈 세 개가 달아 놓는 형태인 것이다.   

하이브리드 줌은 이렇게 다양한 화각의 단렌즈에 디지털 줌의 방식을 결합하여 활용한 것인데, 만약 10배 줌을 한다면 광학 렌즈로 일단 촬영한 후 그것을 일정 부분을 잘라내고, 그 후 디지털 줌 방식으로 다시 확대하는 것이다.



100배 줌 휴대폰에서 쓰는 하이브리드 줌 방식 

10배 줌 : 4배줌 촬영(광학 줌 방식) -> 826만 화소로 자름 -> 1,200만 화소로 다시 확대


이런 식으로 광학 줌과 디지털 줌을 이용해서 다양한 초점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픽셀도 억대까지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서, 디지털 줌으로 확대해도 화질이 흐려지는 현상을 많이 완화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찾아놓고 보니 디지털 줌이 눈속임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 광학 줌을 찬양하던 내 짝도 은근 100배 줌 휴대폰을 탐내는 듯 하다. 광학 줌으로 당겨놓고 다시 디지털 줌으로 확대해서 깨지지 않을 정도의 많은 픽셀로 보완하고 있으니, 무거운 광학 줌과 화질이 낮은 디지털 줌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것이 아닐까?    


현재 카메라의 줌 기능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줌 카메라 중에는 10배율 이상의 고배율 광학 줌 카메라가 장착된 것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카메라로 달을 어렴풋하게 찍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누구나 휴대폰 카메라로 달 표면을 탐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러다 집 안에서 외계인을 발견할수도?! 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해준다. 물론 그 전에 저 최신형 휴대폰부터 가지고 싶다. 

내용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