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아직 덥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9월. 드디어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추석! 교실 달력을 펼쳐보니 올해 추석은 이번 달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도 매일매일이 추석같이 풍요롭기를 바랐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으며 즐겁게 지내던 지난 추석들을 떠올리니 조상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추석 음식은 물론 다 맛있지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송편!
나는 콩 송편보다 달콤한 깨 설탕이 들어있는 깨 송편을 더 좋아한다. 송편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달콤한 맛,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누나도 콩 송편보다 깨 송편을 좋아하기에 나와 누나는 서로 더 많은 깨 송편을 먹겠다고 추석마다 아옹다옹한다.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집에 걸어가면서도 추석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눈에 띈 여러 개의 현수막! “넉넉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와 같은 추석 인사말이 적혀 있는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걸려있다.
근데 추석이 아니라 한가위? 사람들은 왜 추석을 한가위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리고 맛있는 송편은 어쩌다 추석 대표 음식이 되었을까? 추석이 오기 전에 유래 등 추석에 대해 샅샅이 알아보아야겠다!
추석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우리나라 자료 중 삼국사기에서 추석과 관련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기원전 1세기 신라 유리왕 때, 공주를 중심으로 2개의 편을 나눠 대략 음력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실을 뽑는 일(길쌈)과 관련한 내기를 했다. 그리고 8월 15일(보름)에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며 춤을 추고 노래하며 ‘가배’라는 행사를 즐겼다고 한다.
이 자료를 통해 추석이 신라시대 대표 명절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라시대 이후 추석은 고려 9대 명절, 조선의 4대 명절 중 하나로 이어졌다. 현대에 와서 추석은 공휴일로 지정되었고,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의 큰 명절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신라시대에 사용된 ‘가배’라는 이름은 오늘날 추석을 지칭하는 ‘한가위’라는 표현 속 ‘가위’로 남았다고 한다. ‘가배’는 가운데 날이라는 뜻인데,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쓰는 말이다. 이두는 과거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했던 문자 표기 체계로 신라시대에 발달한 표기법이다. 과거 조상님들은 한자의 뜻(훈)과 발음(음)을 빌려 한국어의 문장 구성법에 맞춰 표기했다고 한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한가위의 한은 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추석(秋夕)이라는 이름은 가을의 가운데인 음력 8월 보름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이 왜 추석을 한가위라고 부르는지 궁금했는데 신라시대의 ‘가배’라는 행사와 관련된 말이었구나! 그렇다면 한가위 외에 추석을 부르는 다른 이름은 없을까? 그리고 신라시대에 옷감을 짜던 일 외에 조상님은 추석을 어떻게 즐기셨을까?
추석의 달맞이와 전통 놀이
추석은 한가위, 가위, 가배 외에 추석날 밤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월석(月夕)이라고도 불렸다. 과거 조상들은 추석날 보름달을 신성하게 여겨 달을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하고, 달의 모양을 바탕으로 풍년과 흉년을 예상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신라시대 삼국사기에는 8월 보름에 왕이 월성(月城) 산 위에 올라 경치를 바라보며 시종관들과 함께 잔치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우리 가족도 추석날 저녁에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데, 달맞이 행위는 과거부터 내려오던 풍속이었구나!
추석의 전통 놀이 중 하나인 강강술래는 풍요를 상징하는 달에 비유한 놀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성들이 둥글게 모여 빙빙 도는 모습이 보름달 모양과 비슷한 것 같다! 농경사회에서 보름달과 여성은 모두 풍요를 의미하는데, 강강술래는 ‘풍요의 달’ 아래에서 풍요를 기리고 축하하며 논다는 의미라고 한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외에도 줄다리기, 씨름, 소싸움 등의 전통 놀이를 즐겼다. 과거 조상들은 남자들의 겨루기 싸움인 씨름에서 이기는 편은 그 해나 다음 해의 풍년을 보장받는다고 믿었다. 동물 소의 힘겨루기인 소싸움은 여름에 어느 집 머슴이 소를 잘 키웠는지 판별하는 싸움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과거 농사 중심의 사회에서 추석놀이는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신앙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추석에는 어떤 음식을 즐겨 먹을까?
추석놀이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추석 전통음식에 대해 살펴봐야지~! 추석 대표 음식에는 송편, 토란국 등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추석의 대표 음식 송편은 과거에 소나무 ‘송’자에 떡 ‘병’자를 사용한 ‘송병’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찜기에 솔잎을 넣고 송편을 익히기 때문에 송병이라 불렀나 보다!
엄마와 송편 만들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면… 멥쌀가루 반죽에 콩, 밤, 깨 등의 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빚은 후, 찜기에 솔잎을 넣고 찌면 완성! 그런데 송편은 왜 반달 모양으로 만들까?
송편이 반달 모양인 이유는 백제 의자왕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시대 송편은 보름달처럼 둥근 모양이었다. 656년 6월의 어느 날, 의자왕이 얕게 잠이 들었을 때, 도깨비불이 나타나 백제는 곧 망한다고 외치고 사라졌다. 이후 의자왕의 명령에 의해 신하가 땅을 팠더니 거북이가 나왔는데, 거북이의 등껍질에 백제는 둥근 달이고 신라는 반달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를 보고 점쟁이는 백제는 꽉 찬 보름달이라 앞으로 점점 작아질 것인데, 지금 반달인 신라는 점점 큰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이야기가 신라에 퍼지자, 신라 사람들은 반달 모양의 송편을 빚어 먹으며 나라의 성장을 빌었다. 그리고 신라 사람들이 만든 반달 모양의 떡이 현대의 송편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반달 모양 송편 덕분에 신라가 나중에 삼국을 통일할 수 있던 것일까? 반달 모양 송편에 이런 일화가 숨어있다니 재미있다. 이번 추석에 송편을 먹을 때 이 이야기를 가족들에게도 들려줘야지!
토란국도 유명한 추석 명절 음식 중 하나이다. 왜 토란국을 추석에 먹게 되었을까? 지금은 토란을 자주 먹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고구마, 감자가 보급되기 전에는 토란을 자주 먹었다고 한다. 문헌에도 많이 남겨져 있는데, 고려 시인 이규보는 시골에서 토란국을 끓여 먹는다는 기록을, 조선 실학자 정약용은 시골에서는 토란이 많이 심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옛날에는 토란국이 주요 식량이었기 때문에 토란이 잔뜩 수확되는 추석이 되면 토란으로 국도 끓여 먹었나 보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풍습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놀랍게도 중국과 일본에서도 명절에 토란을 먹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토란을 위나이(芋?) 또는 위터우(芋頭)라고 부르는데, 이는 복을 받고 운이 튼다는 의미의 윈라이(運來)이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음력 15일 중추절에 토란 껍질을 까서 먹어야 나쁜 기운을 없애고 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음력 8월 15일인 중추의 명월(中秋の名月)에 토란떡, 토란찜 등 토란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명절에 토란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럼 외국에도 우리나라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는 것일까?
음력 8월 15일은 중국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중추절이다. 중국 사람들은 중추절에 월병을 먹고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거나 제사를 지낸다. 월병은 밀가루를 반죽해 안에 팥, 말린 과일, 고기 등을 넣은 중국 전통 과자이다. 중국 사람들은 보름달처럼 월병을 둥글게 만들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빌어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음력 8월 15일을 십오야(十五夜) 또는 중추명월이라 부르며 달을 구경하고, 양력 8월 15일은 오봉이라 부르며 일본식 찹쌀떡인 당고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음력 8월 15일을 뗏쭝투라고 부르는데, 이날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이 모여 인사를 나누고 연꽃 씨, 녹두, 찹쌀, 돼지고기 등이 들어간 반쭝투라는 보름달 모양의 전통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 추석의 모습과 유사하지만, 뗏중투는 베트남의 어린이날로도 불린다. 부모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어린이들은 강에 연등 띄우며 소원을 빈다. 그 외 필리핀의 만성절, 러시아의 성 드미트리의 날은 음력 8월 15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추석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명절이라고 한다.
외국에도 추석과 같은 명절이 있다니! 다양한 작물을 수확하는 시기에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앞으로도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 세계가 모두 같아서일까?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나도 이번 추석에 보름달을 바라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빌어야겠다.
-자료 출처-
[M이코노미뉴스] 최종대 기자, 추석은 신라의 '가배'에서 유래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34975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추석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12210&cid=50221&categoryId=50232
[SBS 뉴스] 김성희 에디터 [Pick] 보름달 뜨는 추석에 왜 '반달 송편' 먹어요?,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891055&plink=ORI&cooper=NAVER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비슷한 듯 다른 아시아의 추석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21454&call_from=naver_news
[kbc광주방송] 카드뉴스 다른 나라에도 추석이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ygGo0dl_Z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