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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 한 걸음, 우리는 나아간다
조회수 237
전문가 소개
이명애 작가
<영어가 트이는 90일 영어 글쓰기> 저자

어제 같은 오늘, 보나마나 오늘 같을 내일.
판박이처럼 똑같은 일상을 견디며 누구나 자신의 삶이 변하는 순간을 꿈꾼다.
초라한 하녀에서 하루아침에 공주로 변하는 동화 속 이야기는
실낱같은 희망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그런 기적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일상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매일매일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Written by 최소희  Photo by 김소연


이명애 작가는 영어를 통해 자신과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람이다. 화려한 스펙을 이용해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녀는 영어를 만나면서 보는 것이 바뀌었으며, 다른 사고를 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꿈이 생겼노라고 말한다. ‘그 놈의 영어, 도대체 영어가 뭐 길래?’ 벌써부터 진저리가 쳐지는 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그녀의 이야기 속엔 영어를 넘어서, 오랜 시간 스스로와 투쟁하며 얻어낸 ‘삶을 변화시키는 비법’이 담겨 있으니.


아주 작은 결심이 불러온 변화 

영어를 만나기 전까지 이명애 작가의 삶은 평범한 이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갔고, 이어지는 결혼과 출산, 양육문제로 인한 퇴직까지. 뻔한 래퍼토리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 산발이 된 머리를 만질 새도 없이 서둘러 아침을 차려내고,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등원까지 시키고 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른빨래를 걷어 개키는 여자. 그 누가 이 평범한 인간에게 삶이 완전히 바뀌는 특별한 일이 생기리라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어느 날 그녀 앞에 요정할머니라도 나타난 것일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변화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아주 작은 결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길가에 걸려있던 ‘영어 독서지도사 과정 수강생 모집’이라는 플랜카드에 시선을 사로잡혔던 것.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좋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저는 학창시절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의 바람대로 상고에 들어갔고, 주산이나 부기 같은 기술들은 저의 흥미를 끌지 못했죠. 어찌어찌 대학까지 졸업을 하고는 외국계기업에 들어갔지만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그곳에서 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죠. 그 때부터 영어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그 플랜카드를 봤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니던 그 길에서, 그녀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던 그 찰나의 순간. 억눌려 있던 영어에 대한 그녀의 욕망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영어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나름대로 자신감이 붙은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학습지 교사까지 하게 된다. 평소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습지 선생님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터라, 마치 자신의 꿈을 다 이룬 것 같이 기뻤다고.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꿈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수업을 하고 있던 중, 아이가 뜬금없이 학습지에 나와 있지도 않은 ‘새벽’이 영어로 뭐냐고 묻는 거예요. 모르는 단어였기에 너무 당황했죠. 그 사건이 있고나서 ‘내가 선생님이라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수업을 하고 있던 중, 

아이가 뜬금없이 학습지에 나와 있지도 않은 ‘새벽’이 영어로 뭐냐고 묻는 거예요. 

모르는 단어였기에  너무 당황했죠. 

그 사건이 있고나서 ‘내가 선생님이라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몰입을 경험하다

고민 끝에 그녀는 영어를 전공하기로 마음먹는다. 작은 결심이 불러온 또 다른 시작이었다.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가 대학진학을 결심하는 일은 사실 우리의 상상보다 더 굳은 용기와 다짐을 요하는 일이리라. 제자리에 머무는 생활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삶에 대한 기대 또한 굳이 입 벌려 말할 필요도 없이 지대한 것이었다. 단단한 각오와 설레는 가슴으로 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지만 공부는 그녀의 맘처럼 술술 풀리지 않았다. 잡으려 손을 뻗을수록 더욱 멀어지기만 하는 기분이었다고. 그렇게 4학년이 되었을 때, 그녀의 영어 공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성생님을 만나게 된다. 

“4학년이 되었을 때, 영어 공부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은사님을 만났어요. 학생의 입장에서 강의를 하시는 분이었죠. 하루는 그 분에게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영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곧바로 영어 글쓰기를 권하시더라고요. 아직 독해도 어려운 학생한테 다짜고짜 영작을 하라니, 뜻밖이었지만 선생님을 믿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학과 카페에 글을 써서 올리면 선생님이 댓글로 첨삭을 해주는 방식이었죠. 하루하루 실력이 나아지는 걸 느끼며 너무나 재미있게 글을 썼어요. 아마도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것 말고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는 것’. 몰입에 대한 그녀의 정의이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지식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모든 것이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한 동안은 영어 글쓰기에 완전히 빠져 잠을 자는 일도, 먹는 일도 잊어버릴 정도였다고. 자신의 온 세상이 단 하나로 가득 차는 일. 세상에 그녀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 벅찼던 순간을 회상하는 그녀의 모습에 새삼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쏟아내던 그녀는 어느 순간 스스로가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영어를 만나기 전까지 저는 스스로에 대해 항상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을 갖고 있었어요. 남들의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평가했고, 계속해서 좌절했죠. 하지만 영어 글쓰기를 통해 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을 통해 나의 능력을 확인하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사람이 되었어요.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야말로 영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인정받은 그녀의 자아는 더욱 성장하고 싶어 했다. 내면에 집중돼 있던 글을 넘어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러했듯, 그녀 또한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데에 급급하며, 사회의 문제나 흐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써야 하는 그녀에게는 어떤 소재라도 필요했다. 급한 대로 신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가장 쉬워 보이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 생각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영어는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영어를 통해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한 그녀에게 영어가 단순한 학문의 가치를 넘어서는 존재인 것은 당연하다. 

“제게 영어란 정말 고마운 친구 같아요. 한 때는 멀리서 짝사랑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내가 심심할 때는 함께 놀아주고, 나를 위로하며, 언제나 나의 성장을  응원하는 친구 말예요. 이제는 그 친구 없인 못살 것 같아요.(웃음)”

그녀의 애틋한 표정에서 영어에 대한 사랑이 마치 사람을 향한 그것 같이 느껴졌다.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성큼성큼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온 그녀이지만, 그 과정의 작은 틈새에는 선뜻 발걸음을 뗄 수 없었던, 갈등의 순간도 있었을 터.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그녀가 영어를 처음 시작했던 계기가 아이들이라는 사실과 함께 ‘엄마는 언제나 엄마’라는 명제를 상기시키게 했다. 

“학습지 선생님으로 일하며, 대학에 다니고, 영어 글쓰기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어언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은 가슴 한 구석에 항상 자리하고 있었어요. 아직까지도 ‘내가 아이들의 교육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는 달랐을까’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하지만 그런 자책감은 의식적으로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을 테니까요.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라고 믿어요.”

두 권의 책을 낸 저자, 영어 전문가, 영어 선생님 등의 타이틀이 아직도 어색하게만 느껴진다는 그녀. 영어 앞에선 입도 뻥긋 못했던 그 여자가 영어와 이토록 깊은 사랑에 빠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녀의 삶에선 크고 작은 파도가 일었겠지만,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큰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과,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준 동반자 덕분이다. 어쩌면 그녀가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 계기는 영어일지 몰라도, 그 후의 과정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큰 은인은 가족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에 목마른 그 마음을 알기에 

그녀는 우리나라 시험 중심의 영어 교육에 의문을 제기한다. 언어의 본래 가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익혀야 더욱 재미있고 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어려운 문법 용어들은 개념이 머릿속에 자리 잡히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수능을 위해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까지 알아야 해, 학생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결국엔 ‘영어’라는 단어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는 이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들 영작이라고 하면 영어 공부의 마지막 단계,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하지만 거꾸로 영작을 먼저 해보면, 우리가 한글의 문법을 외우면서 익히지 않듯,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해 이해하게 돼요. 듣기, 말하기, 읽기가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거죠. 글을 쓰면서 주어진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덤이에요. 사실 저는 대학에 들어가서까지 제대로 된 문법책을 본적이 없었어요. 영어 글쓰기로 실력이 한창 늘고 있을 무렵, 교수님의 권유로 문법책을 처음으로 보게 됐어요. 그런데 정말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의 책을 숨도 쉬지 않고 읽어냈어요. 그간 제가 써온 문장의 형식들이 모두 거기에 있었죠. 전부 이해가 됐어요.” 

이제 영어에 관해서라면 전문가의 수준을 이룬 그녀. ‘90일 영작 마스터’라는 네이버 밴드를 운영하며 영작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거침 없이 한 길을 걸어온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지금쯤 그녀의 가슴엔 또다시 새로운 꿈이 움트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의 답변에서는 과거 영어라는 허허벌판에서 고군분투했던 과거의 자신과 같은 이들에 대한 애정이 잔잔하게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욕심들이 많지만, 가장 하고 싶고, 또 제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바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너무 평이한 꿈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직접 겪어 봤잖아요. 정말 영어가 필요해서 일단 시키는 대로 외우고는 있는데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그 느낌. 얼마나 막막한지, 답답한지 알거든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영어로 향하는 여정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조금 더 재미있고 친숙하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요.”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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