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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의 사춘기, 책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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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지에스더 작가
<엄마표 책육아>의 저자

엄마가 되는 순간 한 사람의 삶이 사라진다고들 한다. 

모든 생활이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기 쉽다. 

예전만 하더라도 당연하게 여겨온 부분이지만, 

이제 더 이상 ‘나’ 없이 살 수 없다고 외치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육아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아이와 나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지에스더 작가의 책 육아법은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이와 엄마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Written by 최소희  Photo by 최엄지



대한민국에서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나는 그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지극정성인 엄마들은 천지인데, 아이 앞에만 서면 엄마들은 한없이 작아진다. 사회로부터의 소외감, 고립감은 물론, 아이들에게 조그만 문제라도 생기면 모두 내 잘못인 것만 같아 괴롭다. 지에스더 작가 또한 혹독한 시간을 겪었다.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느낀 순간 그녀를 일으킨 건 바로 ‘책’이었다. 그녀가 책을 통해 어떻게 엄마와 아이 모두 성장하는 삶으로 바꿀 수 있었는지 들어보자.


엄마, 넘어지다

소녀 같이 해맑게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구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작가와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곧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복직할 예정이란다. 조그만 체구로 이 엄청난 일들을 모두 해내고 있으면서 이렇게나 밝고 에너지까지 넘치는 사람이라니. 지금의 그녀가 있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남편은 하루 종일 회사에 가있고 24시간 하루도 쉬지 않고 아이와 함께 부대끼다 보니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울감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졌어요. 내 안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되면서 육아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죠.”

6개월,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하고 있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줄곧 미소 띤 얼굴과 쾌활한 목소리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던 그녀. 담담한 표정으로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모습에서 한 시절을 지나온 이의 의연함이 느껴졌다. 끝없이 길게만 느껴졌던 자신과의 싸움 끝에 그녀가 잡은 지푸라기는 다름 아닌 책이었다. 

“어느 날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일어나야 했죠. 저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아이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어왔다면, ‘저 자신을 위한 책 읽기가 시작된 거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지긋지긋한 일상을 잊을 수 있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시절 책은 넘어진 제가 짚고 일어설 수 있는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요.”

밥 먹고 잠자는 일까지 모두 아이에게 맞춰지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 한 명에게 느껴지는 책임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거웠지만 초보엄마의 몸과 마음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완벽한 엄마의 이상과 자꾸만 약해지려고만 하는 현재의 괴리 속에서 그녀가 하필이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아버지가 저를 위해 서울에 다녀오실 때마다 헌책방에서 책 뭉치를 두 손 가득 들고 오셨던 기억이 나요. 없는 살림에도 책을 사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셨죠. 당시에는 책에만 정신이 팔려 몰랐지만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그 책 뭉치가 아버지의 사랑 그 자체였다는 것을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넘어진다. 한 사람의 삶이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 비로소 그가 가지고 있는 생존본능이 눈을 뜨게 된다. 그녀가 책을 통해 넘어진 삶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어릴 적 받았던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 덕분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날.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 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날, 바쁜 일이 산더미 같이 몰려 있는 날에도 그녀는 어김없이 아이들과 책을 읽는다. 지금 아이들은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후에 아이들이 부모가 되는 날, 깨달을 것이다. 그 모든 시간이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이에게 다시 책을 읽어줄 터다.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 아이라도 엄마가 자꾸 읽어주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돼요. 

저 물건과 함께 하면 엄마가 재미있게 말해준다는 것,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라는 걸요. 

책읽기는 교육적인 측면은 물론,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준답니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라! 

그녀가 엄마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엄마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불가피한 상황이 많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는 말이다. 

“엄마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쫓겨 자신을 돌볼 시간이 전혀 없다면, 더군다나 혼자 그 모든 일들을 감당해야 한다면 고립감과 우울감에 빠지기 쉬워요. 저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저만의 시간을 가져요. 아이들을 돌보기 전 가장 에너지가 넘칠 때에 저부터 돌보는 거죠. 사실 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아요. 생활에 치여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 시간 동안 오롯이 저에게 집중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거예요. 그렇게 충분히 자신을 돌보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후의 힘든 육아도 조금은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답니다.” 

사실 엄마뿐만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부분에게 해당되는 말처럼 들렸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푸르스름한 여명 속, 책상 앞에 앉아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자, 덩달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의 경우 스스로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현실을 탓하며 지금의 상황들을 완전히 바꿔버릴 극단적인 방법을 찾아왔다. 하지만 오늘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현실적인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잠을 줄여가며 낸 소중한 시간에 그녀는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요즘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필사하고 있어요. <토지>는 총 21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인데요, 벌써 20권까지 했어요. 블로그를 통해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 서로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응원도 해주며 도움을 받고 있죠. 처음엔 그저 베껴 쓰기만 했었는데 점점 제 생각도 함께 써내려가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상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깨달아 가고 있답니다.”

매일 아침 충만함으로 하루를 여는 일과 함께 매주 토요일, 집에서 나와 육아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있는 시간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을 하느냐 물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단다. 그저 카페에 가서 천천히 브런치와 차를 마시며 창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남편의 도움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 시간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그녀만의 재충전 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의 필요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해서 고민인 분들도 많을 거예요. 이럴 땐, 엄마가 쉬는 일이 아이들 자신에게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시켜줘야 해요. 저의 경우 엄마가 쉬면 책도 더 많이 읽어줄 수 있고, 더 재미있게 놀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여서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쉬라고 말해줄 정도랍니다.”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한 육아를 위해 그녀가 강조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다만 엄마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에게도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집 안 청소를 할 때나 밥상을 차릴 때, 아이들과 함께 하세요. 처음엔 아이들이 서툴러서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릴 거예요. 하지만 아직 어리다 할지라도 생활은 습관이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해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알려주지 않지만 꼭 필요한 거잖아요. 가정에서 가르쳐야죠. 언제나 귀찮은 일은 엄마가 해주다보면 나중에는 ‘엄마는 내게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줘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어요. 엄마와 아이 모두 독립적으로 잘 살기 위한 방법이죠.”


세상의 엄마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쓰기란 상상만으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주어진 일상만 소화하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엄마의 자리에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다른 어떤 이유보다 근원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아이 둘을 유치원이나 기관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홈스쿨링을 결정하고 나서 참고할 책들을 찾아봤는데 정보가 너무 없는 거예요. 뭘 하고 놀아야 할지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지 너무 막막했죠. 그래서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어낸 깨달음을 정리해 첫 책인 <하루 15분, 내 아이 행복한 홈스쿨링>을 출간하게 됐어요. 저와 같은 마음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두 번째 책인 <엄마표 책육아> 역시 그녀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영어 그림책을 읽어줘라, 하루에 아이의 나이만큼 읽어줘라” 등 주변의 조언들을 따라해 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지칠대로 지쳐버린 몸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자책뿐이었다. 이에 그녀는 욕심을 빼기로 마음먹는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법을 무작정 따라가다 보면 내가 가려고 했던 길과 다를 수 있어요. 나만의 철학을 세워야 해요. 저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하루에 그림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날마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사랑을 느껴요.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면 그걸로 충분한 거예요.”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 앞에 펼쳐질 길 또한 궁금하게 만들었다. 곧 복직 예정인 그녀가 계속해서 재미있는 일을 벌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새롭게 나아갈 길이 다만 혼자만의 길이 아닌, 대한민국 워킹맘, 전업맘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다. 

“또 한 번 책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미칠 것 같은 육아를 극복할 수 있는 선배 맘의 조언’이라는 주제를 잡고 있어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면서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당신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아이에게 얽매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에요. 책을 내면서 깨달은 점은 미약하나마 제가 갖고 있는 힘이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거에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엄마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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