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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의 자존감, 따뜻한 시선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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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김선호 작가
김성호 작가

나의 존재를 인지하는 일. 어찌 보면 너무나 쉽게 느껴지지만 

평생을 바쳐 증명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다. 

누군가의 눈빛과 말, 손으로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과 부대낄 기회가 현저히 적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 당연한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한다. 

김선호 작가는 어린 시절 자아존재감이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을까. 

그와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Written by 최소희  Photo by 조현서



몇 년 전부터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에 자존감과 관련된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서뿐만 아니라 방송, 라디오 등 일상적으로 접하는 미디어에서도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도대체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자존감 패러다임이 사람관계에서,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나 자신’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모두가 저 자신의 편인 이 세상에서 자존감은 곧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줘야 할 텐데, 막상 부모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언제나 잘한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 걸까?’, ‘잘못했을 때 혼을 내면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지는 건 아닐까?’ 수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시원한 해답을 들려줄 김선호 작가를 만나보았다.  


선생님, 세상에 첫발을 내딛다

그를 만난 것은 일주일의 모든 일과가 끝나는 금요일 밤이었다. 대면수업 대신 녹화된 영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직전까지 촬영을 하고 왔다는 그의 얼굴은 조금 피곤해보였다. 숫자를 세며 밥알을 씹어 넘기는 일처럼 차근차근 인터뷰의 과정을 밟아나가는 그에게서 연유모를 경외감이 느껴졌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인터뷰의 첫 질문은 ‘자기소개’다. 조금은 형식적이고 또 멋쩍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법은 그 사람이 지향하는 곳을 조금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는 본인을 작가이기 이전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들의 인성 및 진로 교육에 관한 책을 집필하면서 강연, 라디오 방송, 칼럼 연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체성은 단연 선생님의 역할이었다. 삶의 중심을 잡는 일.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이들을 발견한다. 그가 자신의 중심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에게 선생님의 자리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의 자존감, 인성·진로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학교 업무 외에 할 일들이 많아졌지만, 제 일정의 중심은 언제나 ‘학교’예요.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뒤로 하고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사실 ‘선생님’이란 제게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의 제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자리거든요.”

사실 그는 일반적인 선생님들과는 조금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한 건 서른살이 넘어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교대 입학을 계획할 때, 그는 성직자의 꿈을 꾸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수도원에 들어가, 십년이 넘는 시간을 수도자로 생활했다. 성직자의 꿈이 이뤄지기 직전, 운명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서른 두 살이 되던 해, 그는 수녀였던 아내와 함께 수도원을 나오기로 결심한다.

“사랑 하나 믿고 세상에 나오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사회적,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죠. 생계를 위한 방편을 찾던 중, 교대 편입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교사의 역할이 성직자와 비슷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성직자가 성도들을 바른 곳으로 이끌어가듯, 교사의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험난한 삶의 고비를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죠.”


자아존중감 이전에, 자아존재감

그가 강조하는 자존감에는 두 가지 분류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아존중감’과 자기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자아존재감’이 그것이다. 그는 자신을 존중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존재를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하다고 말이다. 교육을 넘어 한 사람의 존재를 고민하는 그의 철학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과중심의 사회 시스템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위로처럼 와 닿는다. 

“선생님으로서 언제나 제가 지키려고 하는 것들이 있어요. 우선 가장 먼저 반에 가있는 거예요. 맨 처음 등교한 학생이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앉아 있는 일이 없도록요.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자기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없거든요. 누군가 자신을 바라봐 주고, 말을 걸어줄 때 비로소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학생들이 다 오면, 반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한명 한명 머리를 쓰다듬어 줘요. 직접적인 터치를 통해 선생님인 제가 자신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이렇듯 아이들의 자존감을 길러주는 일은 특별한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저 아이에게 ‘내가 너를 인지하고 있다’는 정도만 느끼게 해주면 되는 거죠. 어렸을 때 그런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훗날, 자신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거든요.“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한참의 세월이 지난 탓일까. 아침마다 머리를 쓰다듬는 선생님의 모습은 조금은 낯간지럽기도 하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낯설어 해요. 하지만 한 달 정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좋아하더라고요. 한 번은 언제나처럼,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요. 아무것도 다를 게 없는 평범한 날이었죠. 그런데 조금 있다가 한 학생이 제게 묻는 거에요. 왜 오늘은 머리를 쓰다듬을 때 성의가 없었냐고 말이에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마음이 달랐더라고요. 그 날은 이런저런 바쁜 일들을 생각하며 의무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던 거예요. 아이가 그걸 알아차린 거죠(웃음). 그 뒤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인간은 스스로 존재를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하다고 말이다. 

교육을 넘어 한 사람의 존재를 고민하는 그의 철학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과중심의 사회 시스템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위로처럼 와 닿는다."



자존감으로 아이들을 살게 하다

예전에는 온가족이 좁은 집 안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고,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줄 상대를 잃어버렸다. 사회전반에 걸쳐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며, 자존감에 대해 말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졌지만 단지 트렌드라는 이유로 그가 자존감을 택한 것은 아닐 터. 자존감에 골몰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담임을 맡으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 중에 종종 위태로워 보이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이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자명하게 보이는데, 1년의 시간동안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대로 아이를 올려보내는 상황이 선생님으로서 굉장히 찜찜하고 마음에 짐이 되었죠.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자존감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적어도 저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주려고 해요.”

그저 아기처럼 느껴지는 초등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세상 모르고 뛰어다녔던 나였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잘 가늠되지 않았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그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부탁했다. 

“저는 가끔씩 점심시간에 아이들에게 고민을 써서 내라고 해요. 말로 하기 어려운 고민을 글을 쓰면서 더 솔직해지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라고 쓴 쪽지를 받게 되었어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죠. 고민 끝에 회사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어요. 지금 당장 아이에게 가달라고 말이에요. 다행히 아이에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이가 장난으로 그런 말을 적어 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진심이건 아니건 간에 그건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요. 그럴 때엔 세상이 마땅히 흔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단적이긴 하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해요.

어떤 문제건 바깥으로 표출이 되면 문제가 드러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알게 되죠. 그러면 어떻게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돼요. 제가 가장 걱정하는 스타일의 아이는 공격성을 억누르고 있거나, 자기 자신에게 쏟아내는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숨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현재 중고등학교에는 전문 상담 선생님이 의무적으로 한 명씩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초등학교에도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마음의 병이 시작되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때론 부모님, 담임선생님,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그렇게 혼자 끙끙 앓으며 곪을 대로 곪은 마음을 가지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미 문제가 커져 밖으로 드러난 후에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 당장의 문제를 처리하기에 급급하게 되고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가 담임과 상담선생님을 겸하고 있는 이유다.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여러 가지 제약 안에서도 조금이나마 더 많은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김선호 선생님.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요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최근에는 교육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교육학에 경제학을 접목시킨 학문이죠. 데이터를 기반하여 통계적인 측면으로 교육학을 다루고 있어요. 담임선생님은 한 명이고 아이들은 많잖아요. 한 명 한 명 오랜 기간을 두고 상담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경제학을 통해 최대한 많은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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