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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를 자기주도적으로 공부시키는 부모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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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이성종
- 약력소개
현직 초등교사
영재학급 운영 및 강사활동

- 주요저서
<초등 6년이 아이 인생을 결정한다>
<초등 자기 주도 공부법>

 

“오늘 공부 어떻게 할 거야?”이 말은 공부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아이에게 있다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뭔가 두루뭉술하지만 괜찮습니다. 아이는 언제 시작할 건지 답해도 좋고, 공부할 과목의 순서를 말해도 좋고, 할 건지 말 건지를 말해도 괜찮습니다. 질문의 핵심은 아이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걸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이 공부의 주체는 엄마가 아니고 ‘나’라는 사실, 그래서 ‘내 공부’를 ‘내가’ 결정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게 하는 말입니다.

 

아이 대답이 흡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대답이든 아이가 공부에 대한 계획을 내놓으면 ‘좋다’, ‘괜찮다’, ‘멋지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보충하는 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한 이후에 천천히 해결하면 됩니다. 방과 후에 간식을 먹이면서, 방학이라면 아침을 함께 먹으면서 가볍게 툭 던져보세요. “오늘 공부, 어떻게 할 거야?”

 

학년별로 아이 공부 습관에 관한 최소한의 목표가 있습니다. 초등 1학년 때는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초등 2학년 때부터는 과제를 정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면 좋은데요.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습관으로 자리 잡는 건 아닙니다. 하나씩 습관이 들게 잡아주다가, 4학년 정도 되면 매일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과 오늘 공부하기로 한 과목이 무엇인지를 알고 정해놓은 시간에 시작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면 됩니다. 우리 아이 공부 습관이 학년보다 빠른 편이라면 바로 위 학년을 적용하면 되고, 늦은 편이라면 바로 아래 학년을 적용해도 많이 늦은 것은 아닙니다.

 

‘공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부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다른 표현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계획’은 당연히 ‘공부 계획’을 뜻합니다. 그건 아이도 알고 부모도 압니다. 모를 리 없지만 ‘공부’라는 단어가 빠지니 말하기도 듣기도 훨씬 편합니다. 핵심은 ‘오늘 계획 말해봐’가 아니고, 각자의 계획을 공유한다는 겁니다.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동생도 각자 오늘 하고 싶은 공부, 해야 할 공부, 마쳐야 할 과제를 돌아가며 이야기합니다. 엄마와 아빠는 그럴 듯 해보이는 과제를 준비해두면 좋습니다. 독서, 글쓰기, 자격증·시험 공부, 필사, 채점 등 공부와 관련 있는 것이면 더욱 좋습니다. 냉장고 정리나 재활용 분리수거 등 집안일과 관련된 과제도 괜찮습니다. 계획이 있고, 계획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입니다.

 

아이가 한참 동안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읽고 있을 수 있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보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풀거나 읽었다 싶을 때 질문을 던집니다. 반대로 한참 공부하다 말고 아이가 잡담을 시작하려 할 때 공부를 이어가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몇 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아?"라는 말은 지금까지 공부를 얼마나 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남았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뇌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이 질문을 받은 아이는 지금까지 끝낸 공부와 남은 공부를 따져보며 어느 정도 했고, 얼마를 더 해야 하는지 계산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끝낸 공부가 이만큼 되네‘라며 스스로 기특해합니다. 그러고는 남은 공부를 얼른 끝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집중합니다.

 

이 문장들을 써 붙여두고 실천해보세요.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할 거예요. 평소 하지 않던 말들이니까요. 예민한 아이라면 평소와 다른 엄마의 말투에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하며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곧 적응합니다. 질문 자체에 담긴 긍정적인 의도를 금세 알아채고 기분 좋게 받아들일 겁니다. 이 문장들을 아이에게 건넬 땐 무심한 듯 툭 던지면 좋습니다. (혼자 미리 연습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하거나 정색하고 진지하게 물어보다가는 부모의 어색한 속마음을 들켜버리니까요.

 

 

- 출처: 비상교육 학부모 커뮤니티 맘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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