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교육칼럼

전문가 교육칼럼 상세보기
제목 초등시절 연산력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조회수 442
전문가 소개
김진선
- 약력소개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
(주)서울의료분석원 대표

- 주요저서
<서울대 의대 엄마는 이렇게 공부시킵니다>

 

학창시절 수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어떻게 해야 수학을 잘할 수 있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을 겁니다. 칠판에 온갖 기호와 식들이 적혀있는 걸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기호와 식들이 춤을 추고 있는 상상까지 하게 되며 이해하기를 포기한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적인 머리를 타고나야만 할까요?

 

(제 입으로 말을 하려니 좀 겸연쩍지만) 저는 학창시절 수학을 꽤 잘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대표로 서울시 경시대회에 나가 6등을 했고, 서울시 대표로 전국 경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경시대회에 나갔을 때에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들이 나와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입상권에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수학적 머리가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부모님 그리고 저를 가르쳐본 모든 선생님들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초등시절 오랜 기간 OO수학 방문 학습지를 풀었는데, 저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진도가 느린 편이었습니다. 재미도 없고, 문제를 풀면 틀리기나 하니 자신도 점점 없어졌습니다. 수학은 저에게 있어 버거운 과목이었습니다.

 

이런 제가 중학교에 올라간 뒤 수학을 잘하게 된 이유는 문제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풀었기 때문입니다. 다니던 학원의 수학 선생님이 미남이셨거든요. 어떻게든 수학을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틈만 나면 수학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수학이 쉬워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도 문제를 많이 풀어서 공식이고 풀이법이고 다 외워버렸거든요. 시험을 보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풀이법이 탁!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전국 경시대회 입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외울 때까지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딱히 통하는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을 잘 하려면 공식이나 풀이법을 외울 때까지 여러 유형의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합니다. 많이들 수학적 사고력, 창의력을 강조하는데 사실 시험장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문제를 푸는 시간으로 40분밖에 주지 않는데, 생각할 시간은 없다고 봐야지요. 계산하는데 드는 시간, 검산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문제를 보는 순간 공식과 풀이법이 바로 기억나야 여유 있게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수학을 잘하려면 외울 정도로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수학문제를 풀 때 가장 오래 걸리는 단계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계산 단계입니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니. 이 사칙 연산을 하는 과정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면 수학 공부 시간이 짧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문제를 풀 수도 있고요. 따라서 초등 시기에 연산력을 키우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중학교에 가서 단시간에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도 오랫동안 연산 문제집을 풀었기 때문입니다.

 

연산력을 키워야 한다고 하면 꼭 무엇을 따로 공부시켜야 하는 것처럼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초등학교의 교과과정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초등 1~6학년 수학 교육과정을 보면 연산력 기르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5학년 때 자연수의 혼합계산, 분수의 덧셈과 뺄셈, 소수의 곱셈, 도형의 넓이와 부피를 구합니다. 6학년 때에도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 도형의 넓이와 부피를 구합니다. 연산력 키우기는 별개의 스킬을 요하는 게 아니라 그저 현행학습에 집중하기만 하면 됩니다.

 


요즘 선행학습이나 심화학습을 하느라 연산에 대한 연습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초등 5학년 때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이 생긴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연산을 어려워해서입니다. 5/6 + 3/4 정도의 문제를 풀지 못해서 포기한다는 것이죠. 사실 이것은 사칙연산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계산이 오래 걸리니까 짜증이 나고, 기껏 풀었는데도 틀리면 “나 수학 안 해. 못해”라며 손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수학을 잘하도록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을 시키고, 어려운 문제를 끙끙거리며 풀며 들인 노력이 무색하게도 말이죠.

 

수학 공식이나 풀이법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 현행학습으로 그때그때 열심히 외워도 충분합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딱 2달 동안 나간 진도만 잘 외우면 학교 내신은 잘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2달 간 가르쳐주는 수학의 범위가 많아 봤자 얼마나 많겠습니까? 연산력만 받쳐주면,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 수만 있다면 중고등 수학도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시고 초등 시절에는 연산력에 집중해주세요.

 

- 출처: 비상교육 학부모 커뮤니티 맘앤톡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