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의 성향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한 아이의 학교 생활을 바탕으로 학부모 상담 주간을 맞이합니다. 이때, 학부모님들은 긴장하며 우리 아이의 학습 태도는 어떤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궁금한 것들을 선생님께 물어볼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 예상치 못한 피드백을 들을 때도 있지요. 저 역시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이기에 아이의 학교 생활의 적나라한 사생활을 듣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Q. 아이의 ADHD를 의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아이 세모는 초등학교 입학 전 7살에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치원에서 아이의 과잉행동과 충동성으로 인해 보육이 어렵다는 피드백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ADHD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했을 때 “어머, 그 정도는 아니에요, 어머님.” 하시며 굉장히 당황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진단 후 약 1년 간 약물 치료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치원과 학교는 달랐습니다. 학교에서는 더욱 ADHD 증상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주간에 아이가 수업 시간을 방해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여 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한 반에 ADHD가 의심되는 아이는 얼마나 될까요?
사실 모두 세모처럼 조기 진단과 적기 치료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ADHD 아이를 키우며, 중학교에서 12년째 근무하면서 놓쳐온 ADHD가 의심되는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ADHD의 유병률은 5~8% 정도라고 합니다. 한 반에 1~2명 정도는 ADHD일 수 있다는 뜻이죠. 올해 맡은 담임 학급에도 ADHD가 의심되는 아이가 2명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 생활이 힘든 이유가 ADHD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Q. 학부모님께 학생의 ADHD 검사를 권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나요?
제가 부모님들께 아이의 검사를 쉽게 권유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 ‘ADHD’에 대한 편견 때문이지요. 부모님들께서 종종 자신의 아이를 정신병이 있는 아이로 본다고 여기시거나, 우리 아이는 폭력적이고 문제 있는 미디어에 나오는 그런 ADHD일 리가 없다고 언짢아하시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생각해서 어렵게 검사를 권했다 교사에 대한 신뢰마저 잃는 경우가 있다 보니 선생님들은 입을 다물게 됩니다.
Q. 그렇다면, 학부모님들께 어떻게 말씀드리나요?
이런 이유로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어렵게 아이의 칭찬을 보태어 빙빙 돌려 ‘아이에게 ADHD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의미로 부모님께 피드백을 이런 식으로 드리곤 합니다. 만약, 부모님께서 선생님께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면 꼭 ADHD 검사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1. “어머님, 동글이가 굉장히 똑똑하지만 목소리도 크고, 수업 시간에 방해가 되어 지적을 자주 받는 편입니다. 친구들의 기분을 잘 읽지 못해 트러블이 생기기도 해서 친구들이 자꾸 동글이를 이르러 옵니다.”
2. “어머님, 동글이가 호기심이 많아서 수업 시간에 가끔 불쑥 질문을 자주 하네요.”
3. “어머님, 동글이는 뭔가 앉아서 진득하게 하는 것보다는 활동적인 친구네요.”
4. “규칙을 가끔 어기지만 불러서 이야기하면 잘 알아들어요. 그래도 돌아서면 다시 문제 행동을 하네요. 아직 학기 초니까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5. “수업 내용 이해를 힘들어합니다. 긴 글을 이해하는 게 어려워 보이네요.”
6. “풀배터리 검사를 아시나요? 아이의 전반적인 기질, 성격, 지능을 알 수 있는 종합심리검사인데 한번 받아보시겠어요?”
7. “아이가 집중 시간이 다소 짧은 편이에요. 선생님이 지시하는 사항을 잘 따르지 못하기도 하고요.”
8. “대화할 때 눈을 자꾸 깜빡이거나, 수업 중에 흥얼거리네요. 본인도 조절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9. “책상이나 사물함 정돈이 잘 안 되고, 해야 할 일을 자주 잊는 편이에요.”
위와 같은 피드백을 자주 듣는 편이라면, 아이에게 ADHD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Q. ADHD 진단에 있어, 교사의 피드백이 왜 중요한가요?
교사는 그 나이대의 아이들을 매해 반복해서 가르치는 교육 전문가입니다. 그 또래의 평균적인 발달 사항을 잘 알 수밖에 없지요. 그렇기에 교사의 피드백은 ADHD를 진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래와 비교했을 때 평균보다 더 산만하고, 더 과잉행동이 있다면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죠.
Q. ADHD가 의심되는 아이의 학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교사가 지도가 힘들어서 검사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혼자 집중하지 못하고 공상에 빠져 멍하게 있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 친구들도 분명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ADHD로 인해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선생님의 말도, 교과서의 글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입니다. 핑퐁 대화가 잘 되지 않아 또래와의 관계도 자꾸 삐걱대는 아이들은 자신이 왜 친구들과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ADHD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부모님을 볼 때면 안타깝습니다. 교사는 그저 1년을 함께 보내면 그만이지만 아이의 평생을 함께할 분들은 바로 부모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한창 배우고 성장하며 자존감을 쌓아갈 수 있는 학창 시절, 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이유가 부모님의 편견 때문이라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아이의 ADHD가 의심된다면, 선생님의 피드백을 참고하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ADHD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 핸디캡이 되지 않도록,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