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ADHD라고 하면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폭력적이고 품행이 불량한 아이들을 상상하곤 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교실을 뛰쳐나가는 자극적인 모습을 모두 ADHD의 주요 증상이라고 생각하죠. 이런 ADHD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 때문에 우리 아이가 왜 학교생활이 힘든지, 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어가는지 모른 채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Q. ADHD는 모두 같은 양상을 보이나요?
ADHD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스펙트럼입니다. 1만 명의 ADHD인들이 있다면 1만 명이 모두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ADHD는 나타나는 양상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과잉행동이 두드러지는 ‘과잉행동-충동형 ADHD’, 과잉행동은 보이지 않는 ‘주의력 결핍형’,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Q. 조용한 ADHD는 무엇인가요?
과잉행동-충동형 ADHD는 5살 정도가 되면, 또래와 차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앉아있어야 할 때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서 눈에 확연히 띄기 때문에 조기에 검사를 받아 조기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소위 ‘조용한 ADHD’인 주의력 결핍형 ADHD는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들이 없어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나 중학교 시기가 되어서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진단명으로 사용되진 않지만, 예전에는 Hyper-Activity(과잉행동)을 뺀 ADD(Attention Deficit Disorder)로 불린 적도 있지요.
Q. 중학교에는 어떤 양상의 ADHD 학생들이 눈에 띄나요?
사실 중학교에는 조용한 ADHD가 의심되는 친구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과잉행동은 보통 초등 고학년이 되면 사라집니다. 중학생 아이들이 과잉행동으로 인해 착석이 안 되고, 큰 소리를 내는 경우는 초등학교에 비해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런 조용한 ADHD인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에도 발견되기가 어려워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중학교 시기에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춘기의 그림자에 가려진다는 것이죠. 이 친구들은 중학교에 와서 왠지 생활이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긴 글을 읽기 힘들고, 과목 수가 늘어나 집중은 더 어려워지죠. 스스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데 부주의함이 특징인 이 아이들은 수행평가를 잘 챙기지 못하고 성적은 점점 떨어집니다. 또래들 사이에서도 ‘특이한 아이’의 이미지로 굳어지면, 이 시기에 제일 중요한 또래 관계도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성취보다는 실패 경험이 많아지고, 게임이나 휴대폰 세상에 자신을 고립시키거나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우울증이 오고 나서야 병원을 찾게 되고 그제야 자신이 ADHD인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조용한 ADHD는 학교에서 어떤 모습인가요?
교실에서 보이는 조용한 ADHD 아이들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1. 긴 글을 읽다가 여러 공상이 떠올라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긴 글을 읽고 주제를 물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청각 주의력이 낮은 경우, 주로 설명식인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 학업 성적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2. 대화를 할 때 한 가지 주제로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어렵거나,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대화할 때도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 엉뚱한 타이밍에 말을 끊거나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수업 중에 그룹 활동을 하면 토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마주 앉은 친구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수다를 떨고, 선생님의 그만 얘기하라는 지시에도 쉽게 주의력이 전환되지 않아 자꾸 지적을 받을 수도 있지요.
3. 정리하기나 계획하기 등 뇌의 전두엽이 담당하는 것들을 잘하지 못합니다. ADHD 아이들은 전두엽 발달이 느린 편입니다.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5교시 수업 시간인데 1교시부터 4교시까지의 교과서들이 책상에 정렬되지 않은 채 쌓여있기도 합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다음 학습을 계획하는 등의 일들을 잘하지 못합니다.
4. 주의 전환이 잘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 종이 쳐도 ADHD 아이들은 주의 전환이 어려워 수업에 바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DHD 아이에게는 수업이 시작되면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준비하는 일과 쉬는 시간에 친구와 나누고 있던 이야기의 중요성이 모두 똑같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쉽게 하던 일을 멈추지 못해 결국 선생님께 부정적 피드백을 듣게 됩니다.
5.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해야 할 일을 잘 잊어버립니다. 수행평가 일정을 잘 잊어버린다든지, 선생님께서 주신 학습 자료들을 잘 보관하지 못하고 부주의하게 흘리고 다녀 다음 수업에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등의 일들이 많습니다.
교사로서, 이런 조용한 ADHD 아이들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적기에 진단받지 못하고, 그저 조용하니까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중학교가 되면 사춘기겠거니, 성적이 안 나오면 그저 공부를 못하거나 의지가 없는 아이라고 생각해 버리기 쉽고요. 계속된 실수와 실패로 불안증이 심해지거나 관계도 잘 맺지 못해서 우울증이 되어서야 병원을 가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좀 더 빨리 알아챘다면, 더 빠르게 전문의의 도움을 받았다면,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나의 아이가 과잉행동은 없지만 이런 양상을 보인다면, 언제라도 용기를 내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