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집중력이 부족하고 얌전히 앉아서 공부하기가 어려운 ADHD 아이들을 보면, 학습은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ADHD는 지능과 관련 없이 평균 하 지능부터 평균 상 지능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ADHD로 인해 학습이 힘들 수는 있지만, 도와준다면 평균 이상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Q. 그런데 왜 ADHD 아이의 학습은 항상 어려울까요?
ADHD 아이들의 경우, 지능이 높아도 학습을 계획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그 중요도를 구분하여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여 개선해 나가는 메타인지 역시 낮은 편입니다. 이로 인해 ADHD 아이는 학습적인 성과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또한, 지루해 보이거나 자신의 관심 밖의 학습에는 동기 부여가 잘 안되어 학습을 시작하기도, 꾸준히 이어나가기도 힘들지요. 실행 기능 또한 부족하여, 해야 할 과제를 잘 미루고 마쳐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들로 인해 ADHD 아이의 학습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Q. 그럼에도 공부를 꼭 해야 할까요?
공부는 목표가 아닙니다. 공부는 수단입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학습을 꾸준히 이어 나감으로써 배우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해내는 경험, 목표한 것을 이뤄보는 경험, 지쳐도 끝까지 해내는 경험은 아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좋은 습관들을 가르쳐줍니다. ADHD 아이들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는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아이의 ‘재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재능을 펼치기 위해서는 끈기와 자기 조절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이런 자질은 학습을 수단으로 하여 익힐 수 있습니다.
Q. 학습을 시작할 때 너무 오래 걸린다면?
ADHD 아이들은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주의 전환이 잘 안되고, 집중 시간도 짧고, 미루고 회피하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이 있으므로 학습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마주할 것입니다.
일단, 시작이 어렵습니다. 전환 주의력이 약하기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추고 다음 과업으로 주의력을 전환하는 데 서툽니다. “밥 먹으러 와”라고 하면, 바로 “알았어요” 하고 식탁에 앉는 일이 없습니다. 이는 학습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5분만!” “잠깐만!” 하면서 학습을 바로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작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야 할 과제를 한 바구니 안에 넣어 매일 같은 위치에 놓아주세요. 그리고 장난감은 모두 등 뒤에 둡니다. 학습할 때 아이의 책상에는 해야 할 과제와 필기구만 보이도록 합니다. 그리고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학습을 하도록 해주세요. 습관이 되면, ‘이걸 왜 해야 해?’ ‘그냥 안 하고 내일 하면 안 돼?’ 하는 실랑이를 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독성이 있는 TV, 유튜브, 게임 등은 평일에는 하지 않고 주말에만 허용해 줍니다. 매일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학습을 하면서도 게임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과업에 집중하기 매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Q. 중간에 자꾸 쉬고 싶어 할 땐 어떻게 하나요?
아이의 집중 시간은 비 ADHD 아이보다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꾸 쉬게 해주면 아이는 ‘휴식을 멈추고’ ‘다음 학습을 시작’하는 데 주의력 전환을 여러 번 해야 합니다. 이럴 땐, 주의력 전환이 쉬워지도록 휴식 시간도 타이머로 제한합니다. “뽀모도로 학습법”도 집중과 휴식 루틴을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25분 동안 학습에 ‘집중’하고 5분 동안 ‘휴식’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1 뽀모’라고 부릅니다. 1 뽀모 후 다시 “25분 학습, 5분 휴식”을 하면 2 뽀모가 되는 것이죠. 이런 뽀모도로 공부법은 집중력을 2배 이상 길러준다고 합니다. 또한, 지루한 학습에 대한 보상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ADHD인들에게 25분의 학습 후의 5분 휴식은 하나의 보상이 될 수도 있어 학습 집중력을 올려줍니다.
Q. 새로운 학습을 시작하는 걸 두려워해요.
ADHD 아이들에게 ‘불안’은 친구와도 같습니다. 불안한 아이는 자신이 잘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과제는 ‘회피’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학습에 대해,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느낌’, 바로 자기 효능감을 먼저 키워주어야 합니다. 과제의 양을 줄이거나 난이도를 낮춰주세요. 가령, 아이가 영어 단어를 매일 10개씩 외우길 원한다면, 처음에는 매일 5개씩만 외우도록 합니다. 아이가 기꺼이 도전할 수 있는 양과 난이도로 “나는 이건 잘할 수 있어”라는 효능감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Q. ADHD 아이의 학습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 있다면?
ADHD의 특성인 충동성, 과잉행동, 주의집중력 결핍을 극복하고 학습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루틴’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을 먹고, 양치하고, 출근하는 것을 매일 ‘왜 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실행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하지요. 이것이 바로 루틴의 힘으로 자동화가 된 것입니다.
학습을 루틴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같은 학습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해야 하는 학습량이 100이라면 월, 화요일에 몰아서 50씩 하고 나머지 요일에 자유를 주는 것보다 월, 화, 수, 목, 금요일에 각각 20씩 나눠서 하는 것이 훨씬 루틴으로 만들기에 효과적입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끝맺음의 경험’입니다. ADHD 아이는 중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주어진 일을 끝까지 마친 경험이 적습니다. 끝맺음의 경험은 아이에게 매일 학습에 대한 성취감을 줍니다. 끝맺음을 경험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난이도가 너무 어려울 때는 수준을 낮춰줌으로써, 양이 너무 많을 때는 양을 줄여줌으로써 하루의 과제를 반드시 완료하도록 해주세요. 아이에게 ‘너는 어떤 일이든 반드시 끝맺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