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탐구생활 상세보기
제목 공포 영화를 보면 왜 오싹할까?
조회수 366

공포 영화를 보고 오싹해지는 목덜미, 기분 탓이 아니야?

 

오늘따라 유달리 피곤해 보이는 누나. 유튜브 보느라 늦게까지 깨어 있었나 했더니, 어젯밤에 공포 영화를 보고 무서워서 못 잤다고 한다. 그러면서 또 TV 채널을 돌려 무서운 영화를 찾아서 보고 있다. 도대체 왜 일부러 공포 영화를 보는 거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누나는 바로 대답한다. “여름이니까 봐야지. 공포 영화를 보면 시원해지잖아!” 그러고 보니 무서운 것을 보면 오싹오싹 시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데, 진짜일까?

 

■공포 영화의 계절, 여름!

 


공포 영화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공포, 즉 두렵고 무서운 감정이 느껴지도록 만든 영화 장르로 귀신 같은 미지의 생명체가 주 소재이다.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리기 위해 다양한 요소가 사용되는데, 으스스한 효과음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 기술(*jump scare. 공포 영화 및 공포 컴퓨터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관객(플레이어)을 갑작스럽게 놀래켜 무섭게 하는 것을 의도하고 주로 큰 무서운 소리와 함께 이미지 (영상)와 사건을 갑자기 변화시키는 기술)이 자주 사용된다고 한다. 귀신 역할을 맡은 배우는 얼굴색을 창백하게 만들거나 징그러운 특수 분장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 추세지만, 특히 여름에 공포 영화를 찾는 사람이 많다. 그러고 보니, 여름마다 공포 영화가 두어 편 이상은 개봉했던 것 같은데? ‘공포 장르의 계절’, ‘무더위를 날리다’라는 홍보 문구로 개봉한 영화를 종종 봤던 것 같다.

 

■공포가 더위를 피하게 해준다고?

 


근데 왜 굳이 여름에 공포 영화를 많이 찾는 걸까? 많은 사람이 공포 영화를 보면서 오싹하고 서늘한 감각을 느끼고, 가끔은 소름이 돋거나 몸이 가볍게 떨리기 때문에 더위를 잠시 잊기 위해 공포 영화를 본다고 한다. 누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귀신이 옆에 찾아와서 추위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내가 그런 말에 속아 무서워할 줄 알고!

다행히 진짜 이유는 우리 뇌에 있었다. 우리가 무서운 상황과 마주하면 뇌는 신호를 보낸다. “도망가!” 혹은 “도망갈 준비를 해!”하면서 말이다. 이때 자극되는 곳이 바로 ‘교감신경’이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도록 몸이 준비를 시작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근육이 수축해, 소름이 돋고 가벼운 떨림이 생기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이런 반응이 우리가 추위를 느낄 때 나타나는 신체 변화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피부 주변이 차가워지면, 우리 몸은 바로 피부 혈관을 닫아버리는데,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만큼 근육이 움츠러든다. 다만, 추위를 느낄 때는 뇌에 있는 시상하부의 작용으로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면, 공포를 느낄 때는 뇌가 아닌 자율신경계의 반응이다. 추울 때와 다르게 오싹함이 빠르고 강하게 밀려왔다가 금세 사라지는 이유이다.

또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땀샘을 자극해 식은땀이 나기도 하는데, 이 땀이 식으면서 상대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땀이 증발할 때 몸에 있던 열도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공포 영화를 보고 느끼는 서늘함은 착각이 아니었다는 사실!

 

■공포 영화가 주는 ‘좋은 스트레스’

 


우리가 공포 영화를 보면서 더위를 쫓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스트레스’에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무조건 안 좋은 것이 아니었나? 찾아보니 무서운 장면을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탈 때도 뇌는 아주 강한 부정적 자극을 받는다. 그러면 우리 몸은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바로 교감 신경을 활성화하여 우리 몸이 조금이나마 시원해지도록 하는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공포 영화 시청으로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9년, 영국 코번트리 대학교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공포 영화 시청은 잠시나마 면역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 공포 영화의 부정적인 자극을 생명 위협으로 느낀 자율신경계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그러면 몸은 위협으로부터 언제든 달아나거나 맞설 준비를 한다. 이때, 감염 위험이 있는 외부 물질에 대항하는 세포, 백혈구의 순환이 촉진되어 면역 기능이 향상된다.

또한, 2012년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 시청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가장 높은 효과를 얻었던 실험참가자는 184칼로리의 열량을 소비했는데, 이는 약 63kg의 사람이 40분 동안 걸었을 때 얻는 운동 효과와 비슷하다. 영화를 보면서 몸을 움찔대거나 비명을 지르는 반응들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도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맞서 싸우거나 도피하기 위한 반응을 활성화하며 에너지를 사용한다.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는 병을 만들기도 하지만, 공포 영화 보기와 같은 가볍고 단기적인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포 영화에 이렇게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니! 누나한테 다음에는 나도 볼 수 있는 공포 영화를 찾아서 같이 보자고 말해 봐야겠다. 어쩐 지 벌써 오싹오싹한 기분이 들지만, 둘이서 같이 보면 하나도 안 무섭겠지?

[코메디닷컴] 정희은 기자, 무서운 줄 알면서도… 왜 공포영화를 볼까? (2022. 0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96/0000057359?sid=103
[코메디닷컴] 문세영 기자, 공포영화 ‘좋은 스트레스’로 작용(연구) (2017. 1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96/0000033994?sid=103
[KBS] 김빛이라 기자, ‘등골이 서늘’… 공포 영화 피서 효과 입증 (2016. 0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0337470?sid=103
[경향신문] 이보라 기자, 7월 8일 무서운 이야기는 정말 더위를 쫓아줄까 (2019.07)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907080008001
[헬스조선] 이미진 기자, 공포영화 등골 오싹, 이유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