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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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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이수철 작가
[이수철 작가가 중·고등학생에게 추천하는 책] ▶ 중·고등학생 시절은 자신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 가치 즉, 성격을 만드는 시기입니다. 다양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책을 많이 읽기 위해 국어의 어휘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순우리말로 쓰인 현대문학과 시를 추천합니다. 또 박지원의 여행기 <열하일기>와 유럽 여행기인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꼭 읽어 보시라 권합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역경을 극복하고, 삶의 열정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블랙 스완의 시대입니다.” 

블랙 스완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예외적인 사건으로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이제 단순 지식이나 기술로 평생을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 

<사소한 이야기 속 위대한 생각>을 펴낸 이수철 작가는 이처럼 예견되지 않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의적 사고, 비판적인 의식,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능력과 접근법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Written by 전민서  Photo by 이수연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뜨겁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발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진정한 ‘인간’의 가치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는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이처럼 공감하고 감정을 이해하는 가치가 더욱 인정받게 될 겁니다. 풍경이 좋은 알프스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행복한 것은 인간이기에 느끼는 가치죠. 인간만이 느끼는 가치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만족할 필요가 있어요.” 


교육 방법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스튜디오에서 이수철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스마트교육을 하는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현대인들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열어준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스마트 카메라, 스마트카도 등장하고 있는 터라 어느 정도 ‘스마트 교육’에 대한 감이 잡혔다. 그러나 스마트 교육을 단순히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휴대폰이 스마트해 진 거죠. 폰 안에 컴퓨터가 들어가고, 카메라, 내비게이션이 다 들어가요. 잘 사용하면 획기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사용을 못 하면 한낱 장비에 불과한 거예요. 그 특징을 잘 살려서 학생과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 방식을 스마트 교육이라고 하는데요. 스마트 기기 중심이라고 하면 무리가 있답니다. 예전에는 화상 수업을 하려면 장치나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다 가능하죠. 바로 해외로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볼 수도 있고, 돌아가면서 학생들을 비춰 대화도 가능해요. 진로 체험 활동의 경우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 의사, 어부, 기술자들을 원격으로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겠죠.”

현재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는 ‘선생님보다 훨씬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학생을 위해 이제는 교사도 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진행되어 온 교과서 중심의 수업만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뛰어난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현실에 맞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죠. 교과서 속 지식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예견하면서 같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공부할 때 흥미 유발을 위해 자기의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겠죠.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관련 동영상을 본다든지, 세계여행을 인터넷 세상에서 미리 가본다든지, 철학자의 강의를 찾아본다든지. 학생들은 디지털에 굉장히 익숙하고, 습득도 빠르기 때문에 이미 어른의 수준을 넘어섰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잘 하는 게 있으면 ‘너 정말 잘한다. 나도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우곤 해요.”

퇴계 이황 선생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말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말을 놓으면 자신이 우위에 선 것 같고, 상대보다 잘났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수철 작가가 젊은 교사들을 만나도 말을 놓지 않고, 먼저 안부 전화를 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그들이 가진 생각으로 충전해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된다.  

“일방적으로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코칭을 하면서 그들에게도 배워야 해요. 교수와 교사는 사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어야 돼요.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모아서 학생들에게 공유하는 사람이지, 지식을 퍼뜨리는 사람은 아니에요. 학생들의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다만 아직 방향 감각이 미숙할 뿐이죠.”  


작은 실천의 힘

벤츠가 자신이 만든 엔진을 시험주행 하려고 했을 때, 마부들은 반대했다고 한다.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츠는 이에 굴하지 않고 밤에 몰래 시험주행을 했다. 이러한 시도는 세계의 명차를 만들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만약 벤츠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시험주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벤츠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사소한 생각이나 실천이 큰일을 이뤄내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작은 실천의 놀라운 힘은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    

“저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매일 아침 6시에 학교에 가서 청소하고, 교실에 꽃을 꽂아 뒀어요. 저는 그냥 좋아서 한 건데, 옆의 친구가 보더니 같이 와서 하더라고요. 청소한 뒤에는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곤 했죠. 그런데 고등학교 때 크게 성적이 좋거나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거든요. 공부는 재미없어서 시도 쓰고, 철학책을 읽고 친구들과 프로이트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졸업을 하고나서 모교의 어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릴 일이 있었는데 저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저를 어떻게 아느냐고 여쭤보니, ‘알다마다, 너는 청소도 열심히 하고 꽃도 꽂아놓았던 애가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당시에 저는 몰랐지만 모든 선생님이 저를 알고 계셨던 거예요.”

이수철 작가는 그저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이었지만, 결국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가 사소한 실천의 힘을 믿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고. 학생들에게 선생님이자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인 그는 아이들을 말로 가르치기 전에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싫어하는 반 아이들에게 고무장갑을 끼고 변기를 닦는 모습을 한 달 동안 보여주었더니, 아이들은 1년간 불평불만 없이 청소했다.  

“중학생인 딸아이에게 항상 물어봐요. ‘오늘 학교에서 청소 잘했니, 우유 당번은 잘했니.’ 처음에는 돋보이지 않지만, 그런 작은 것들이 쌓여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거든요. 청소는 남이 하기 싫은 일이고, 그걸 잘하면 그 이상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했던 행동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이수철 작가는 앞서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인 의식, 의사소통 능력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으로는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을 꼽았다. 사람들은 이미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 주더라고요. 국어 선생님께 물어보니까 어머니가 신문에 나오는 소설이나 시를 매일 읽어주셨대요. 이미 어릴 때 일관성 있게 독서 습관을 키운 거예요. 그게 큰 자산이 된 거죠. 어릴 때의 독서습관은 정말 중요하고, 그걸 부모님이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저는 어릴 때 독서습관이 없었기 때문에 커서 책을 찾아 읽으면서 이 사실을 알았어요. 그러니 독서 습관이 아이들에게만 중요한 건 아닌 거죠.”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살아온 대로 생각한다. 생각의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틀리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책을 쓴 사람의 생각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가장 쉬운 방법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두 번째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거예요. 여행이라든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거죠.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계획서를 써서 혼자 서울에 여행 다녀오도록 했어요. 담대함을 키워주기 위해서요. 독서로 경험하는 것과는 다르게 직접 움직여서 습득할 수 있는 능력들, 즉 경험치를 향상시키는 거죠. 이렇게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을 많이 하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적어도 자기 갈 길은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차곡차곡 쌓인 경험들은 머리와 가슴 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가 서로 연결되어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림을 그리려는 사람이 있다. 스케치하려다가 색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하면 더 잘 되겠지’ 생각했고, ‘경치가 좋은 곳에 가서 하면 더 잘 되겠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방 안 책상에서 그린 그림과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그린 그림 중 어떤 그림을 더 보고 싶은가?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이 뭔지,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잖아요. 쉽게 말해서 배경지식이나 경험치가 적기 때문에 못 찾는 거예요. 그런데 어른들은 자꾸 ‘커서 뭐 될래, 뭐 하고 싶니’ 묻기만 하는 거죠. 실패로 끝나도 그건 실패가 아니에요. 경험치는 살아있고, 위기를 극복할 힘을 갖게 된 거예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은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 출처: 교육매거진 <앤써> http://www.answerz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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