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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애증의 잠, 잘 자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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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잠, 잘 자려면?

공부 잘하려면 밤에는 일단 자자

많은 학생들이 시험 전 벼락치기를 한다며 밤을 새는 경우가 많은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악순환입니다.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밤엔 일단 자야합니다. 충분한 수면은 장기기억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대뇌의 신경세포는 일정시간 이상 계속 자극을 받으면 불응기가 와서 잘 반응하지 않게 되거든요. 잠은 우리의 지친 대뇌 신경세포를 쉬게하는 자기방어 반응이자,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저장하는 유용한 시간이죠. 즉, 오랜 시간 자지 않고 공부하면 대뇌 신경세포를 지치게 만들고 신경전달물질을 고갈시켜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뇌는 잠을 자야만 하루 동안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기억을 재정비할 수 있습니다. 유용한 정보는 잠잘 때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재음미의 과정을 거치게 되죠. 이 과정에서 뇌의 단백질 속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견고하게 저장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들이 서로 연결돼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생각도 떠오르게 됩니다. 결국 공부하고 난 다음 충분히 자고, 일어나서 다시 복습하는 것이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낮에 졸린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예컨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갑자기 잠에 빠지는 기면증이 있죠. 긴장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할 때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은 가장 잘 알려진 기면증의 특징이지만, 의외로 탈력발작을 겪는 환자는 드뭅니다. 영화나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길을 걷다가 갑자기 픽 쓰러져 잠을 자는 환자는 상위 1% 안에 들 만큼 희귀합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만든 이런 이미지 때문에 기면증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는다고 우려합니다. 졸린 증상 때문에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나는 저 정도로 쓰러져 잠을 자지는 않으니까 기면증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특히 청소년 환자들의 부모가 그렇게 말합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환자가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청소년기 졸음 심하면 기면증 의심해야

2008년 14~19세 한국 청소년 2만407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서 기면증 유병률은 0.015%로 조사됐습니다. 1만 명 가운데 1.5명이 기면증 환자인 셈입니다. 많은 부모가 생활습관을 탓하며 자녀가 기면증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지만, 놀랍게도 기면증은 주로 15~16세에 처음 발병합니다. 현재 학계는 기면증을 면역세포가 자기 몸의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나 신종플루에 걸리면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드는데요, 특히 사춘기에는 뇌 조직과 구조가 급격히 바뀌기 때문에 이런 항체가 엉뚱하게도 뇌의 특정 부위를 공격할 수 있죠.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이 이런 이유로 사춘기 때 처음 발병합니다.

낮잠 검사를 했을 때 8분 이내에 잠들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습니다. 뇌에서 각성을 유도하는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인데요, 더 정확하게는 하이포크레틴을 만드는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체가 정상인보다 현격히 부족합니다. 사실 기면증은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 면역력을 높이고 일정한 시간에 충분히 자는 것 외에는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발병 초기에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다 파괴하기 전에 면역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상인과 기면증 환자의 수면 패턴 비교
  • 출처 l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http://www.dongascience.com/)
  • 글 l 권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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